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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동물로 보이나요

오늘을 훔쳐가는 행복도둑을 잡아라

집 정리를 하다가 책갈피 하나를 발견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이걸 보고 딸아이는 당연히 고양이라고 했고

나는 강아지 아니냐고 했다.

딸은 기가 막혀 하면서 누가 봐도! 어딜 봐도! 고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 그럼 맘 까페에 물어볼게.

나에게는 척척박사 맘까페가 있거든.

그래서 뭐든지 대답해주는 맘까페에 올렸다. 이게 뭘로 보이냐고.

두근거리며 둘 다 댓글이 달리길 기다리는 그 심장 쫄깃함. 

첫 댓글 '고양이'가 달리자 딸은 그것 보라는 듯이 내심 안도하는 눈치다.


그 뒤로 주르르 달린 댓글은 '고양이'가 압도적이었다. 하나씩 댓글이 달릴 때마다 딸은 깔깔깔 웃고 나는 "옹? 그래? 쥔짜?"를 연발했다.

그렇게 고양이라는 댓글이 9개가 달리고

딸은 안심하고 나는 포기하고 있을 즈음 10번째 댓글이 달렸다.


"제 눈이 이상한가봐요. 전 강아지로 보여요"

두둥. 드디어 나타났다. 나와 같이 특이한 견해를 가지신 분이 말이다. 심지어 동조하는 분도 한명 더 있었다.

그렇구나. 누군가에겐 강아지로 보이기도 하는구나. 다수의 고양이 견해 속에 소수의 강아지 견해도 분명히 존재한다는걸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견해와 생각은 다양한 것 아닐까. 같은 그림을 보고도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처음엔 고양이로 보였는데 계속 보니 강아지 같다고 조심스레 견해를 밝힌 분도 있었다.


이게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딸아이와 나는 흥미진진 댓글 창을 바라봤다.

그 뒤로 몇명이 더 고양이라 댓글을 달고 이 상황이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띵똥 댓글이 달렸다.

"판다요"

딸과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한가지 더 젖소새끼라는 댓글도 있었다.

한가지 동물에 네가지 해석이라니...

정말 사람들의 생각은 천차만별 아닌가. 

생각의 다양함을 절실히 느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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