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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면 배고프다

오늘을 훔쳐가는 행복도둑을 잡아라

책방에 가면 대체로 행복해진다


엄마는 어릴때 나에게 말헸다.

"글 쓰면 배고프다."

커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에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다.

아마 초등 3~4학년쯤 되었던가... 커서 뭐할래, 나중에 뭐 되고 싶어 이런 얘기를 하던 끝이었던거 같다.

저 말이 꽤 인상적이었는지 집 앞 사거리 전봇대 앞에서였다는 점과 해질녘에 가까워지는 늦은 오후였다는 점, 그날의 날씨며 공기며 분위기까지 세세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의 말을 가슴에 품고 대학생이 되었다. 국어교육과를 가고 싶었지만 성적에 맞춰 교육학과를 갔다. 대학에 가서는 문학동아리에 가입했다. 나름 글도 쓰고 교내 공모전에 내기도 했다. 대상을 탔더라면 좀 더 용기를 내봤을까. 늘 우수상 정도였고 이놈의 재능은 올인하기도, 버리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평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았다. 직장생활하면서 월급받기에 제일 유리한 일, 그걸 선택해서 밥벌어 먹으며 살았다. 어쩌면 글쓰는 일을 하면 배고프다는 엄마의 반대는 핑계이고 내 스스로의 재능에 자신이 없었던거 같다.


우스운 일은 직장인으로 살면서도 이 글쓰기 본능은 절대 죽지않더라는 점이다. 직장에서 어려운 이웃돕기 일일찻집을 했는데 나는 구구절절 홍보문구를 쓰고 있었다. 꽤 감성적인 카피라이터가 되어서 말이다. 보고서를 쓸때도 발표자료를 적을때도 이 글쓰기 본능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일기나 다이어리는 일상처럼 써왔고 한때 세줄일기도 적어서 제본까지 해봤다. 결국, 브런치를 시작하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번 명절에 아들을 데리고 외가집에 갔다.

공대를 다니며 전공보다 밴드 동아리에 열심이던 아들이 좀 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대번 손자에게 말했다.

"음악하면 배고프다."

한결같은 엄마의 소신에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


엄마는 예술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걸 여전히 믿지 못하신다. 어린 딸은 그말을 귀담아 들었지만 외손자는 그렇지 않다. 음악을 해보겠다며 휴학을 하고 자취를 시작했으니까.


배가 고플수도 있고 굶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내 나이 50이 되어보니

하고 싶은 일은 결국 하면서 살게 되더라.

아들이 좀 걱정도 되지만, 내심 멋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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