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겨울에 여행 갈까요?"
"여행? 좋지!"
딸아이의 그 말 한마디에 심장에서 엔도르핀이 팡팡 터지기 시작했다.
딸아이도 너무나 설렌다고 기분이 한껏 들떴다.
아마도 여행을 하는 도중보다는 다녀와서 추억을 할 때 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을 때는 떠나기 전, 떠남을 상상하고 계획할 그때가 아닐까.
무슨 옷을 입을까.
어디를 갈까.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는 어떨까.
맛있는 것도 먹겠지. 유명한 디저트는 꼭 먹어보고 싶어.
야경도 봐야지.
온천이 있는 숙소면 좋겠다. 많이 비쌀까.
즐거운 상상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딸아이가 가고 싶다고 한 여행지는 눈 내리는 풍경이 멋진 곳이다. 유명한 겨울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을 실컷 볼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다. 따뜻한 도시에 사는지라 눈구경 하기 힘든 탓이다. 가장 멋진 눈 내리는 풍경을 보려면 12월, 1월, 2월 중 언제가 좋을지 열심히 궁리 중이다. 발을 동동거리며 설레어하는 딸아이를 보며 나도 여행지를 소개한 브이로그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다. 몇 편의 영상을 보니 마치 거기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놀라운 것은 이 기쁨이 겨울이 올 때까지 유효하다는 것이다. 아직 5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겨울여행을 결정하니, 겨울이 올 때까지 오래오래 행복할 예정이다.
'복권을 사면 일주일을 행복한데 겨울여행을 계획하면 몇 달을 행복할 수 있겠구나. 이거 정말 최고인데?' 싶다.
즉각적인 만족이 아닌 오래 시간이 걸리는 만족감.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여행계획인 거 같다.
좀 멀리 떨어진 시일에 떠나는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것,
마음에 즐거움을 하나씩 품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