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 하나, 쉬어 갈 준비

그저 한 뼘의 땅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했습니다.

by 냠냠




그냥… 가지고 싶었다.

이유라고 말할 것도 없는 마음의 끌림이었다.

언젠가 꼭 필요할 것 같은,

내 마음이 조용히 쉬어갈 자리가 되어줄 것 같았다.


100평이라는 숫자는

머릿속에서 꽤 넉넉하게 그려졌지만

막상 마주한 공간은 생각보다 아담하고 조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작은 땅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해야 할 일도, 해보고 싶은 일도

하나둘씩 자꾸만 늘어났다.


결혼 전, 부모님이 지은 삼층집에 살았다.

옥상까지 올라가 빨래를 널던 일이

그땐 왜 그리 귀찮고 힘들었는지.

매일같이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결혼 후엔 아파트 생활이

그야말로 천국처럼 느껴졌다.


서울에서 내 이름으로 된 집을 갖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쉴 틈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숲길,

그날따라 유난히 마음에 들어온 한 조각 땅.

많이 망설이지도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공동으로 계약했다.

계획도 계산도 없었다.

그냥,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아직 내 이름 하나만 적힌 땅은 아니지만,

이 작은 땅을 생각하면

조용히 상상이 자라난다.

그리고 놀랍게도,

요즘 남편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부쩍 풍성해졌다.

어떻게 가꾸면 좋을지,

작은 텃밭부터 소박한 쉼터까지,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시간이

우리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든다.


그저 작은 땅 한 조각을 가진 것뿐인데,

희한하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조금 줄었다.

소득 없이 서울 아파트에만 머물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이제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허함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다.

이 땅은 나에게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신호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생각만으로

마음 한구석이 단단해졌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달라졌다.


TV 속에서 보던 전원주택, 세컨드하우스는

늘 누군가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작은 텃밭을 일구는 부부,

그림처럼 놓인 삶의 조각들이

언제나 부러운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막연한 풍경 속에

내가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서툴고,

아직은 낯설지만,

나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이 변화가

참 고맙고, 벅차다.


퇴직을 앞둔 남편에게도

이 땅은 막막한 시간이 아닌

새로운 꿈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함께 계획하고 상상하며,

앞으로의 삶을 말로 그려보는 지금이

우리에게 참 다정하고 든든한 시간이다.


이게 땅이 가진 힘일까.

어쩌면

내 마음이 먼저 뿌리내릴 곳을

조용히 찾아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아이의 말이 문장이 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