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정리하고 나서야, 마음이 비로소 말을 걸어왔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췄던 시절,
머물기만 해야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숨이 막혔다.
만남도, 거리도, 리듬도 사라진 일상 속에서
나는 도망치듯 문화센터에 등록했다.
정리전문가 과정이었다.
배움이 필요했다.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이라도 필요했다.
트렌드를 익힌다는 핑계였지만,
정작 마주하게 된 건
오랜 시간 외면해 온 내 삶의 구석구석이었다.
과제는 치밀했고, 정직해야만 했다.
옷장, 서랍, 그릇장, 신발장까지.
매주 모든 공간을 정리해 사진으로 기록해야 했다.
부끄러움도 있었고,
내가 미처 몰랐던 ‘쌓아둔 시간’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정리수납 책들을 사서 읽고,
자기 계발서를 넘기면서도
정작 나는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버리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나.
그러나 이사라는 사건은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데려왔다.
정리전문가 마지막 날,
필기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집은
처음으로 조용했다.
무언가 치운 자리가 아니라,
무언가 받아들일 준비가 된 공간 같았다.
정리는 물건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어떤 것들을 보내고,
어떤 기억은 안고 갈지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가벼워졌다.
삶을 가볍게 여긴다는 게 아니라,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리는 끝이 아니라
삶을 새로 시작하게 만드는 조용한 예고편이었다.
비워낸 자리마다,
나를 위한 내일이 자라고 있었다.
정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물건을 비우고, 공간을 정돈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따라 정돈된다.
청소가 먼저고, 물건 정리가 먼저다.
눈앞의 어지러움을 치워야
비로소 마음속 복잡함도 들여다볼 수 있다.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것.
그게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버린다는 건 잃는 일이 아니라,
내가 다시 살아갈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