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가 보여준 마음의 거리

혼자와 함께 그 사이 어디쯤

by 냠냠


나는 요즘, 혼자 사는 삶을 자꾸 떠올린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는 문장이 자주 나온다.

예전에는 그 말이 멋있게 느껴졌지만

요즘은 그 문장이 조금은 불편하게 들린다.


친구 없이도 잘 지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라이브 방송을 켜고

댓글을 기다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한 영상을 꾸준히 올린다.


그래서인지

‘친구가 필요 없다’는 말은

확신이라기보다는

혼자 지내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그 문장을 볼 때마다

조용히 생각이 많아진다.


병원에 다녀온 이후


며칠 전, 병원에 계신 엄마를 뵙고 왔다.

짧은 방문이었는데도

돌아오는 길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엄마의 표정은 예전보다 부드러워 보였지만

대화는 조금 더 단순해져 있었다.


예전에는

“나는 다를 거야”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은 그 확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엄마에게 다녀온 날은

말수가 줄고

머릿속이 조용해진다.


혼자 산다는 상상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을 한다.


방 하나.

침대와 책상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루에 조금씩 이어가는 삶.


그런 방식이라면

노년을 단순하게

덜 흔들리며 보낼 수 있을까

가늠해 본다.


그런데 이런 상상을 이어가다가도

엄마가 떠오르면

마음이 바로 멈춘다.


기억이 약해지면

공간이 아무리 단순해도

마음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걸

엄마를 보며 배웠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삶이 편할지 두려울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기억이 약해지면 추억도 흐른다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면

기억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추억은

기억이 분명할 때 의미가 있다.

기억이 약해지면

추억도 형태를 잃는다.


그래서 요즘은

지금 있는 순간을

조금 더 정확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대단한 다짐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떠오른 올리버


며칠 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고 왔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이 모든 생각들이

갑자기 올리버와 이어졌다.


올리버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기억은 데이터로 저장되지만

그 기억을 대하는 태도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계를 원하면서도

가까워지는 일이 부담스럽고,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좋으면서도

그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아 조심한다.


어떤 기억은 잃기 싫어하고,

어떤 장면은 오래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나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요즘의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기억을 오래 붙잡고 싶으면서도

어떤 기억은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


올리버의 모습을 보며

이런 마음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위로인지,

또 다른 질문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모든 변화는 늙어가는 일이라기보다

내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조용히 고민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


〈어쩌면 해피엔딩〉의 마지막 장면처럼

나도 지금

다음 삶의 방향을

천천히 정리해 보는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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