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답게 살고 싶다
요즘 나는 자꾸 멈칫하게 된다.
뭔가 설명하면 상대는 되려 짜증을 내고,
나도 속상하지만,
상대도 자기 입장에서만 서 있는 것 같아
대화가 자꾸 어긋난다.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혼자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 걸까.
나이가 들면 삶이 조금 더 익숙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50이 넘은 지금,
새로운 것들은 더디게 다가오고,
금방 익히지 못하는 나를 마주할 때마다
작게 주저앉고 싶어질 때가 있다.
메모를 해도
열 번, 백 번을 봐도
어제 본 것을 오늘 또 찾아보는 나.
이 반복이 익숙하면서도
가끔은 참 서럽다.
주변 사람들은
내 이런 속도를 답답해할 때가 있고,
그 반응이 나를 괜히 더 작게 만든다.
나는 지금까지도 이 방식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럴 텐데 말이다.
남편과 대화하다 보면
어쩌다 늘 돈 이야기로 끝나곤 한다.
현실이니 피할 수 없지만
그 무게가 마음에 오래 남을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
잠깐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냥 내가 잘하는 것만 하고 살면 안 될까.
그 말은 투정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아주 오래된 질문이었다.
빠르지 않아도,
많이 기억하지 못해도,
누구보다 열심히 찾고, 배우고, 버텨온 나.
이제는 조금 덜 조급해져도 되지 않을까.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내 속도로 살아도 되는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증명하려는 마음도,
공감을 얻으려는 마음도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남은 시간을 살아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솔직한 희망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