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65

2024.4.18 이기철<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by 박모니카

일정표 알람을 울리는 메시지 ‘아침편지생일’. 2022년 책방열고 4.18일에 시작했던가 봅니다. 작년 오늘에도 ‘봄날의 산책 아침편지 365’라는 제목으로 박노해시인의 <어떤 일이든>이란 시를 보내면서 스스로 다짐했지요. - 어떤 일이든, 3년은 해야 감이 잡히고, 10년은 해야 길이 보이고, 30년은 해야 나만의 삶의 이야기가 나오죠 – 라고 첫 연에 써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또 시작한 ‘다시봄날 아침편지’. 그런데 왠일이지? 1년이면 숫자로 365여야 하는데, 어제 보낸 편지에 숫자가 다르네?... 뭔가 실수다 싶은 거에 한번 꽂히면 반드시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새벽을 다 보냈답니다. ‘별것도 아니고만‘ 이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숫자의 배열이 맞지 않으면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것도 제 성격이겠지요. 하여튼 이유를 찾아보니, 무려 7통의 편지가 브런치의 다른 방에서 얌전히 놀고 있었지요. 덕분에 제 날짜 숫자에 끼워 넣느라 1년간의 편지글과 시를 후다닥 읽어보았네요.

’참!!! 아침부터 별 수다를 다 떨었구나‘ 싶은 거부터 ’이 편지는 잘 썼네.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함께 알아야지‘ 하는 내용까지 각양각색... 최소 300여명의 시인들과 364편의 시. 그러고 보니, 제가 호불호가 매우 강한 성격, 드러났어요. 좋아하는 시인의 글이 편중되어 있기도 하구요. 오늘은 두 번째 생일을 맞는 <다시봄날 아침편지365>입니다. 최소 2년동안, 매일 새벽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누군가를 무언가를 생각했겠지요. 극히 사소한 일들에게라도 의미를 붙여 살아나게 하고 싶었겠지요. 떨어지는 꽃잎 한 장의 설움을 받아안고 잠시라도 함께 있어주는 제비꽃잎과 길가의 풀꽃들처럼, 제 편지가 누군가의 그리움도, 설움도, 기쁨도, 성냄의 길 위에서 함께 동행 했을거라 믿고 싶은 마음입니다. 10년은 해야 길이 보인다는데, 가르치는 일 30년이 넘었으니, 그냥 이걸로 퉁치고요. 편지보내는 일 만큼은 3년이 가능할 것 같아요. 설마 1년 안에 무슨 일 있을까요~~^^

이기철시인의 <따뜻한 책>에서 나오는 말처럼 쓰고 싶어요.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을 지날 때/글자들은 제 뼈를 녹여 마음의 단백이 된다/서서 읽는 사람아/내가 의자가 되어줄게 내 위에 앉아라-

두 번째 편지도 읽어주신 사랑하는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오늘은 이기철 시인의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 이기철


창문은 누가 두드리는가, 과일 익는 저녁이여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맨발로 밟으면 풀잎은 음악 소리를 낸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불빛으로 남은 이름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음과 집들은 함께 모여 있다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벋어 다른 나무를 껴안는다

사람은 마음을 벋어 타인을 껴안는다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공중에도 푸른 하루가 살듯이

내 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살고 있다

붉은 옷 한 벌 해지면 떠나갈 꽃들처럼

그렇게는 내게 온 생을 떠나보낼 수 없다

귀빈이여, 생이라는 새 이파리여

네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

4.18 봄날편지생일1.jpg 보리피리 한번 불어볼까...쉽지 않아요^^
4.18봄날편지생일2.jpg
4.18봄날편지생일3.jpg 이 작은 한대의 보리들이 만들어내는 푸른보리알들의 생명의 소리 , 들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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