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책방은 포근했어요. 드라마 각본을 쓰는 새로운 책방지기의 매력을 아마도 책들이 이미 알아차린 듯해요. 하지만 난간에 세워 두었던 새 모이집은 빗물에 젖어 다시 준비해야 되겠군요. 지속되는 봄비 날, 책장에 꽂힌 시집 두 권을 꺼내 읽어보았네요. 혹여나 봄비에 대한 시가 있을까 하고요. 이수복 시인의 <봄비>의 첫 연,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가 생각났거든요. 젊은 감각의 낱말들에게는 늘 서툴러서 이내 시집을 접고, 핸폰으로 근대 시인의 봄비를 찾았답니다. 김소월 시인의 <봄비>와 박목월 시인의 <봄비>를 읽어보았죠. ‘어룰없이 오는 비’를 바꾸니 ‘얼굴없이 오는 비’가 되더군요. 제 책방 창밖에 찾아온 비는 얼굴 가득 미소가 가득했는데, 아마도 김소월 시인에게 찾아온 봄비는 고개를 숙여 얼굴도 보이지 않았나봐요. ‘왼종일 생각하는 사람’을 그려주는 박목월의 봄비는 저에게도 누군가를 생각하게 했으니, 이만하면 이 두 시인은 저 같은 독자를 만나서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 웃음이 나오더군요. 올해는 평범한 어느 여인의 시 70여편을 모아 시집을 발간할까 준비 중입니다... 원고를 받아보고 처음 읽는 독자가 되었답니다. 본인은 너무 부끄럽고 시집을 내려는 마음 자체가 창피하다고 말하지만, 제가 읽기에 참 솔직한 삶을 살아온 그녀의 내면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다가 단 한 줄이라도 마음 한 켠을 꿈틀거리게 하는 표현이 있다면 좋은 시 아닐까요. 출판사로서 두 번째 무명시인의 시집을 내고픈 마음은 그녀보다 제가 더 열정적이니, 잘 읽어보고 좋은 작품 뽑아보겠습니다. 올해 다가올 그녀의 칠순 생일상에 선물하고 싶거든요. 오늘은 두 시인, 북쪽의 소월, 남쪽의 목월의 작품 <봄비>를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