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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22.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65

2024.6.22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새벽하늘이 어둡군요. 마치 어제의 더웠던 하지에게 눌렸을 기세를 하루 만에 탈환하려는 듯, 습하고 눅눅한 기운이 몰려있네요. 이제 장마비가 슬슬 선보이려고 대열을 정비할테고, 그 중 염탐심이 많은 대찬 비들이 오늘 말랭이행사를 훼방놓을까 걱정도 됩니다. 어찌됐든 매달 행사에 손님맞이하는 마을사람들의 맘에 걱정이 없어야 할텐데요.     


어제는 지인이 가꿔 거둬서 선물로 주신 하지 감자를 말랭이 어머님들 식탁에서 좀 올려드리고, 학생들 먹으라고 살짝 구워서 간식으로 준비했는데요, 고등생 하나가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생감자까지 챙겨가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답니다. 고3이니 저랑 만나서 공부하는 시간도 거의 끝나가는데, 대학생이 되면 책방 알바하러 오고 싶다고 애교만점입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책문화 전파하는 일을 맡기려면 아무래도 한 개의 책방으로는 부족할까 싶군요. 몇 개 더 열어볼까요~~ ^^     


한여름 책방행사로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독서문화의 장(가제)’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지인들께서 몇 분의 작가를 추천해주셨지요. 그중 ‘인문과 철학’을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쓰시고 현직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재밌는 강연을 해주실거라는 추천에 작가와의 섭외를 잠정 마쳤습니다. 그분의 책들을 살펴보니, 제목만으로도 제 구미를 당겨서 방학중 우리 학생들(중고생부터 대학생)과 지역 청년들에게 멋진 강연하나 준비할까 합니다. 물론 성인 참석도 누구나 가능하구요, 자세한 일정 나오면 또 말씀 드릴께요.     


어제밤, 빠른 걸음으로 은파호수의 습기를 다 머금고 걸었더니, 아침인데도 몸이 명쾌하지가 않군요. 그래도 아침부터 고등생 보충수업 마치고 말랭이마을 행사장으로 갑니다. 비가 온다 하니, 오히려 방문객이 적을 것이고, 저는 친구랑 차 마실 시간만은 늘어날 듯하구요. 근처를 지나가신다면 그냥 가지 마시고, 얼굴 보여주세요. 건강한 차 한잔 드릴께요. 여러분들이 많이 알고 계시는 시,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산책풍경1
산책풍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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