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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23.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66

2024.6.23 천양희 <마음의 수수밭>

중년독자들에게 전하는 <오십의 기술, 이호선 저>이란 책에서 이런 줄임말이 나오네요. ‘나만주인공‘... 아름다운 오십대 이상의 모습을 지키는 방법으로 작가가 전하는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요.  

    

나, ’나가라‘ 나를 위한 활동영역 넓혀라

만, ’만나라‘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라

주, ’주인공‘ 처럼 웃고 행동하라

인, ’인사하라‘ 그것도 먼저 인사하라

공, ’공부하라‘ 나를 새롭게 하는 공부를 하라     


어제 비가 많이 오고, 또 근처에서 열린 맥주축제 덕분에 우리 말랭이에는 텅 빈 듯 했지요. 그래도 진짜 알짜배기 같은 사람들이 오셔서 말씀 나눈 후, 습기 가득한 날씨에 책방 책들이 울상이 될까 봐 보일러를 틀고 유투브 영상을 보는데 이 말이 들렸습니다. 사회에서 나름 유명한 강연자들이 들려주는 이런 말에 귀를 쫑긋하는 이유는 저도 이 나이를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면면히 들어보면 새롭게 창조된 말은 아닐지라도, 제가 들어야 할 딱 맞는 말이어서 메모를 했답니다.      


밤새 내린 비가 이제 멈추나봐요. 오늘은 까마귀가 득세인지, ’깍깍깍‘소리가 유별스러워요. 까마귀에게도 ’나만주인공‘이란 수식어를 붙여주니 안성맞춤인 듯한 표정이군요. ^^ 오늘 같은 날은 텃밭에서 나온 작물로 간식이나 먹어볼까 하는 맘이 어슬렁거리며, 포슬거리는 하지감자, 연한 바나나빛 옥수수, 살짝 매운 고추, 고소한 깻잎향, 냉동실 알 새우들이 부침개 한 장 붙여보라고 유혹하는 새벽입니다. 천양희 시인의 <마음의 수수밭>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千佛山(천불산)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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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나작가 필사시화캔버스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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