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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24.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67

2024.6.24 오세영 <6월>

지난밤 꿈 속에 뜻하지 않은 손님이 오시더군요. 말랭이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어머님 두분께서 오셔서 말씀하시길...’우리를 가르쳐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나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다고.‘ 눈을 깨어 생각하니, 어찌나 생생하던지요. 아마도 이번 말랭이행사때, 양조장 앞 난간에 설치된, 그분들이 쓰신 닳고 닳아서 축 늘어진 ’시 플래카드‘ 모습들이 계속 맘에 남아 있었나봐요. 당일 행사장에 오신 모 시의원께 부탁드렸지요. 

“이제야 당신들의 글을 작품으로 알고 귀하게 여기시니, 새로운 모습으로 걸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라구요. 행정결과는 모르지만, 이런 대화가 그분들께도 전해진 듯, 꿈속까지 오셨답니다.^^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그 사람의 진정성이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멀리는 대표적인 유명정치인, 노무현 대통령부터, 가까이엔 알고 지내는 지인에 이르기까지요. 책방을 연 뒤로 저도 뜻하지 않은 만남과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요. 늘 고민하는 것은 바로 ’사람과의 관계 정도‘예요. 마음으로 만나는 사람, 일로서 만나는 사람을 구분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하지요. 왜냐하면 일을 하다보면 마음이 쏠리고 마음이 가면 감정이 흐트러질 때도 있고, 감정이 일어나면 일할때 객관적 추가 흔들리니까요. 사람관계에서 유능함을 붙이기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누구를 만나도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에서 말한 시 한 구절이 떠 오르거든요.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처음 만나는 것처럼 신선한 놀람과 기쁨으로 마주하고 싶습니다. 어제 잠깐 산책시간이 있어서, 충남 보령 ’상화원‘에 다녀왔는데요, 어제 만난 모든 풍경들이 새벽부터 제 머릿속을 지배하는 걸 보면 분명 새로운 놀람이고 기쁨이었던 모양입니다. 군산에서 40여분 거리, 정말 괜찮은 산책길(두 시간여 걸음걸이)이었으니,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오세영시인의 <6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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