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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25.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68

2024.6.25 문태준 <초여름의 노래>

귀한 생명을 두고 내 나라 남의 나라를 따질일은 아니지요. 어제 속보로 뜬 경기도 화성의 베터리 공장에서의 폭발사고로 희생된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노동자입니다. 선진국을 외쳤던 우리나라의 현재가 매우 불안함을 드러내는 여러 사고들이 연속해서 일어나네요. 작년 여름 장마 때 순직한 채상병 사건이 정치와 얽혀 아직도 미해결 상태인데, 또 다른 젊은 군인들의 잇단 사고들과 지진이나 큰 재난 시 울리는 ’북한 대남오물풍선 접근시 신고‘ 하라는 문자는  74년 전 일어났던 6.25전쟁을 저절로 생각나게 합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위한 묵념’이라는 말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이 시간, 저는 어제 참사의 외국인 희생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싶습니다.     


매일에 이름표를 달아 일주일을 만든 사람이 누구일까요. AI세상이니, 물어보면 바로 알려주겠지요.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태양이나 달 같은 천제의 이름과 그리스신화에서 나오는 신들의 이름을 따서 요일 이름이 정해진 것 정도는 알아요. 그러나 제게 중요한 것은 오늘같은 ‘화요일‘에 다가오는 ’기다림‘입니다. 거의 일년이 되어가는 글쓰기 문우님들과의 만남이 화요일이었거든요. 오늘이 그들과의 만남, 공식적으로 마지막입니다. 제가 저를 위해서 쉼터가 필요하다고 했거든요. 마지막 과제를 낸 문우들의 글 아래에 짧막한 저의 마음을 썼습니다. 아마도 화요일만 되면 ’텅 빈 기다림’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 꽉 찬 그리움’으로 바뀌겠지요.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또 정리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아마도 7월 여름이 다가오니, 일 년의 상반기 끝자락인 6월이 가기 전에 매듭지어야 할 것들에 선을 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섰습니다. 여름은 사계절 중 생명들에게 가장 자유로운 날개를 허용한 시간이자 자연의 불가역(不可逆)성질을 두드러지게 볼 수 있는 철. 자연과 인간이 한 몸으로 살아가기에 제 나름대로 일상에 적절한 제재가 넣어 여름시간을 배열합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해도 여름은 또 가겠지만요. 오늘은 문태준시인의 <초여름의 노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초여름의 노래 문태준     


오늘은 만물이 초여름 속에 있다

초여름의 미풍이 지나간다

햇살은 초여름을 나눠준다

나는 셔츠 차림으로 미풍을 따라간다

미풍은 수양버들에게 가서 그녀를 웃게 한다

미풍은 풀밭의 염소에게 가서 그녀를 웃게 한다

살구나무 아래엔 노랗고 신 초여름이 몇 알 떨어져 있고

작은 연못은 고요한 수면처럼 눈을 감고 초여름을 음미한다

초여름은 변성기의 소년처럼 자란다

하늘은 나무의 그늘을 펼치고

하늘은 잠자리의 날개를 펼친다

잠자리는 산 쪽으로 날아간다

나는 잠자리의 리듬을 또 따라간다

초여름 속에서 너의 이름을 부르니

너는 메아리가 되어

점점 깊어지는 내 골짜기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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