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한 송이 시 한 수를 보내니 그 답례로 치자꽃 향기 담은 사진들이 이곳저곳에서 도착하여 칠월 첫날의 미소가 마치 모자리자의 미소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초등부 학부모님들과 상담했는데요, 다가온 여름방학동안 어떤 영어학습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답변도 드렸습니다. 제 맘 같으면 무조건 ‘여행을 떠나보라‘ 고 전하고 싶지만 어디 다 같은 맘일까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짧은 여행 한번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가정이 많아서 상담 중간중간 학부모의 언중(言中)속에 들어있는 맘을 잘 읽으며 대화해야 했지요. 맘을 어루만지는 대화와 상담기법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오늘따라 더 일찍 눈이 떠졌지만 비소리에 귀를 열어두고 한 시간여 고요히 있었습니다. 어느 시인들처럼 ’비에 대한 멋진 표현‘이라도 생각날까... 하지만 생각이 짧고 감각이 무딘 저로서는 어떤 표현도 건지지 못해서 결국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는 자세로 고쳐 앉았습니다. 어떤 사물과 현상에 대하여 단순히 표면만을 직시(直視)하는 것에 머무는 사고의 한계가 저를 무색케 하네요. 직관력과 여러 시적 비유법이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다른 노력을 해야겠다 싶습니다.
한 이틀 주인이 없었던 책방에 장마기운이 흥건하겠습니다. 보일러라도 살짝 틀어놓고 왔어야 책들의 몸도 뽀송거릴텐데... 설혹 세찬 장대비가 온다해도 오늘 아침엔 부지런떨어서 책방문부터 열어야겠네요. 가는 길에 텃밭에 들러 물길이 막히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보고요. 다른 밭에서 나온 옥수수와 가지를 보니 부럽기도 하고, 아직도 미약한 제 작물들의 열세. 둥근 투구를 쓴 소나기들의 구원이 있을 것 같아서 미력한 농부는 벌써부터 힘이 납니다. 하루종인 비 소식이 있지만, 시 몇 편 읽으시면 마음습기가 금방 사라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