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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01.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74

2024.7.1 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속에>

7월 첫날, 숫자 7만 보아도 왠지 어떤 행운이 올 것 같은 날입니다. 시작된 장마비도 한결 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나타나 내민 손바닥에 고이고요. 어지간히 시끄럽던 흰배지빠귀(소리를 녹음해서 질문했더니 답변이 옴^^) 들도 다른 친구들과 화음을 이룰 줄 알고요. 하루 만에 유월에서 칠월로 바뀐 달(月)은 혹여나 사람들이 착각할까봐 제 모습을 드러내는데 부지런한 새벽입니다. 저도 게으른 마음을 다 잡으며 ‘칠월에는 조금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지’ 라고 한 줄 써 놓습니다.     


오늘부터 학원생 대부분이 기말고사 시험을 보는데요, 어제 아침부터 보강수업을 하면서, 시험에 두려움을 갖는 학생들과는 개별면담을 통해서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주기도 하고, 문제를 주면서 밤 늦은 시간까지도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시험공부를 위해 지난 유월 한달, 학생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를 알려주는 일이었습니다, 


‘최소한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 너 자신이 공부한 끈기와 노력을 믿기.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말고, 정말 맘 편하게 문제풀이를 즐겨보기. 어렵다 느끼는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바로 넘어간 후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 등등의 조언을 해주었지요. 특히 특별한 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중3학생들이 시험결과를 가장 두려워하기에 세상에 얼마나 많은 길이 있는지도 말해주었답니다.    

 

오늘도 우리는 그 많은 길 중, 하나의 길을 걸어갑니다. 어차피 한번 걸어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이니, 저는 룰루랄라 하며 비 속을 힘차게 걸어가 볼까 하지요. 가다가 가다가 예쁜 연꽃잎 아래 숨어있는 개개비를 만나는 행운이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리는 저를 생각하면 참 행복합니다. 칠월 첫날, 어제와 같은 날도 좋겠지만 부디 이 편지를 받으시는 당신께서는 좀 더 향기롭고, 좀 더 푸른 산소방울들로 가득 차 오르는 오늘이 되소서. 이왕이면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겨지도록 사진도 한 장 찍어보시고요. 

이해인 시인의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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