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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04.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77

2024.7.4 홍일표 <7월>

학원 생일 7.1일, 만 스무살 먹은 학원을 위해 멋진 글 하나씩 써오면 선물준다고 했지요. ’STA‘ 라는 삼행시부터 자유롭게, 시도 좋고 편지도 좋다고 말했더니, 초등학생 몇몇이 제 책상위에 글 작품을 놓고 갔어요. 학령 인구수의 감소를 현장에서 바로 느끼며 ’이제는 나도 학원을 내려놓아야 할 때 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을 하지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대우가 불안해진다면 과감하게 다른 시도를 할 때다 느끼거든요.      


돌이켜보면 학원장으로 살아온 세월 속에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때론 어려운 일들도 있었지만, 저는 운 좋게도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 즐비합니다. 단지, 사교육이란 생리상, 만나고 헤어짐에 빠르게 반응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감정선을 배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답니다. 지금도 저는 이 점이 가장 어려운 일이지요. 한 가족을 만나면 무조건 오래 만나고 좋은 결과를 주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으로 정성을 들이다보면 쌓여지는 무게감...     


하여튼 책방을 연 후, 저의 남은 인생에 새로운 길 하나를 보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학원을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어느 때에 어떤 모습으로 갈무리 될지 알 수 없으니, 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렵니다. 학원에서 제일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삼행시 글마다, 저를 최고라고 말해주는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라도요. 또 대학에 가서 인사오는 청년들을 만나고 싶어서라도요.^^     


학원생일을 기준으로 금주부터 주4일 수업제를 도입한다고 했지요. 학생들에게는 행복과 자유를, 선생들에게는 복지를... 주고 싶다고 상담하는 제게 학부모님들은 한결같이 동의해주셨습니다. 혹여라도 ’보충이 필요하면 무조건 원장인 제가 가르칩니다‘라는 말은 더욱더 믿을만 했나 봅니다. 물론 저는 일주일 내내 일을 하지만, 그래도 학원이라는 시스템이라 자유롭게 시간을 배정하여 저의 사적, 공적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니 참 좋은 직장입니다. 주중의 끝처럼 느껴지는 목요일, 우리 학생들에게는 ’불타는 목요일‘이 되도록 기분좋게 단어왕시험과 삼행시 작품에 대한 장학금과 선물도 마련해야겠습니다.

홍일표시인의 <7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7월 홍일표    

 

은행나무가 세상의 빛을 다 모아

초록의 알 속에 부지런히 쟁여넣고 있네

이파리 사이로 슬몃슬몃 보이는

애기 부처의 동그란 이마 같은

말, 말씀들

무심히 지나치면 잘 보이지도 않는

한결같이 동글동글

유성음으로 흐르는

푸른 음성들

그 사이로 푸득푸득 파랑새 날고,

긴 개울이 물비늘 반짝이며 흐르는

나무 아래, 물가를 떠난 숨가쁜 돌멩이

말씀에 오래 눈 맞추어

온몸이 파랗게 젖네

그렇게 길 위의 돌멩이 떠듬떠듬 꽃피기 시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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