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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07.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80

2024.7.7 이오덕 <칠월>

억센장대비가 올까싶어서 연 이틀 문단속을 하고 다녔더니 오히려 곳곳에 묵혀둔 짚풀 냄새나는 열기만 가득... 비가 오든지 말든지 ’에라 모르겠다. 문 다 열어놓고 자자!‘ 아직 열대야라고 하기엔 이른 여름날인데 밤거리 아스팔트 위의 열기가 심상치 않게 느낄 만큼 어제 하루종일 무척 더웠습니다. 그래도 일기예보상으로 여전히 장마 폭우를 대비하라 하니 다시 또 제습기와 공기청정기 대동하고 집안을 고실고실하게 정리 좀 해야겠어요.~~~   

  

어제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참 여러 사람들을 만났네요. 개인적으로 만난 이도 있지만 강연, 연극구경, 무작정 전주도심 나들이까지... 그만큼 그들과 나눈 애기도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말하기보다 듣는 편이니, 많이 들었다는 표현이 맞겠군요. 어제 편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즐겨듣는 유투브 방송에서 이 시대의 정치사회를 철학적 논리로 매우 통쾌하게 말하는 철학자 박구용교수의 강연 <따뜻한 민주주의>의 시간은 역시나 재미있었습니다.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Sense(감각)’와 ‘Sensibility(감수성)’의 구별하여 우리가 따뜻한 사회를 만들려면 이성적 감각만을 내세우기보다는 그 감각들이 숨겨놓은 내 안의 감수성을 일으켜 세우자...그래야만 진정한 민주주의, 따뜻한 세상의 '우리' 가 될수 있다 라는 그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그중 촉감이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웃음코드였네요. 새삼 중년의 나이에 내적 향기와 결을 나란히 하면 좋을 부드러운 향수의 필요성도 느껴본 시간이었답니다^^


오늘은 평화를 선물받는 날. 혹시라도 지난 주중내내 마음 불편한 일이 있으셨다면 일부러라도 좋은 향기를 찾아나서 보세요. 종교를 따라, 음식을 따라, 음악과 미술을 따라, 또는 칠월 꽃잔치(가까이에 부여 연꽃, 서천 능소화)를 따라, 이도저도 귀찮지만 감수성을 유도하는 향기라도?라고 생각이 든다면 코를 벌끔거리게 하는 커피향이라도... 다행스럽게도 저는 이 모든것을 다 취할수 있는 역동성이 살아있으니, 오늘도 책 한권 들고 재밌게 살아볼랍니다.

오늘은 이오덕 시인의 <칠월>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칠 월 - 이오덕    

      

앵두나무 밑에 모이던 아이들이

살구나무 그늘로 옮겨 가면     

누우렇던 보리들이 다 거둬지고

모내기도 끝나 다시 젊어지는 산과 들     

진초록 땅 위에 태양은 타오르고

물씬물씬 숨을 쉬며 푸나무는 자란다     

뻐꾸기야, 네 소리에도 싫증이 났다

수다스런 꾀꼬리야 , 너도 멀리 가거라     

봇도랑 물소리 따라 우리들 김매기 노래

구슬프게 또 우렁차게 울려라     

길솟는 담배밭 옥수수밭에 땀을 뿌려라

아,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     

복숭아를 따며하늘을 쳐다보는

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 내어야 하는

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     

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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