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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08.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81

2024.7.8 전재복 <폭우2>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 그 꽃을 바라보는 것 역시 때가 있어서 장맛비 기운이 어느 정도만 되면 부여 궁남지 연꽃밭에라도 다녀올까 싶었답니다. 부지런히 미사참석, 고등부 수업보충을 마친 후 전재복 시인님께 시집 한 권 배달갔는데, 시인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연꽃방죽이 눈 앞에 펼쳐졌답니다. ‘와! 궁남지가 웬 말인가. 여기도 연꽃 천지네.’ 아마도 연꽃잎 수보다 더 많은 복을 지었을 게 분명하다. 이런 곳에서 사시는 것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성격상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 제가 아무래도 늙어가며 노욕(老慾)이 생기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니까요.^^ 시인의 말씀처럼, ‘연잎 위 묵언패 내걸고 참선에 든 청개구리 한 마리(시 <연못>의 일부)’ 찾아볼까...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노라니, 직접 기른 오이와 봉숭아 꽃잎을 주시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잠시 은파 산책길 한쪽에 차를 세워두고 성가대에서 들려준 아름다운 노래를 연거푸 들으며 마음을 달랬답니다. 마음이 섭섭할 때는 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이죠.     


뜻하지 않게 날아온 영화표가 있어서 아들과 함께 갔는데요, 코믹영화라는 말에 한바탕 웃어보자는 심정으로요. 사실, 저는 모든 장르 중에서 종교성 환타지 영화를 가장 선호하지 않아요. 선과 악이라는 각본의 결말이 너무 뻔한 길이고 게다가 사람의 죽음을 코믹으로 등장시킨 구성도는 사람을 도구로 취급하는 마음 아픈 일인 것 같아서요. 물론 감독의 의도는 다르겠지만요~~. 역시나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한가지 위로가 된 것은 영화 중에 나오는 음악이었습니다. 강추하고 싶지는 않지만 악마를 물리치려는 천주교 신부님의 등장과 인간의 외형을 보고 선악을 가름하는 대중들의 선입견, 그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갖가지 코믹형 사건이 궁금한 분은 팝콘 한봉지 대령하는 젊은이들 속에 계셔도 좋겠습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금주 내내 비 소식이 있네요. 중국의 홍수사태를 보면서 엄청난 인명피해에도 손 쓸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 비단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오늘은 봉숭아꽃잎을 가지고 봉숭아 물을 들여볼까나... 생각중이예요. 제 외할머니께서 손가락에 물들여주셨던 추억도 소환하며, 이국땅에서 잠든 할머니 생각도 해보면서요. 비오는 주간 첫날, 그 표정이 무겁고 얼굴빛이 흐릿하더라도 일부러라도 먼저 웃으며 발길을 내어볼까요. 저도 당신께서도 분명 다른 새길로 걸어가는 호기심 많은 탐험자가 될 것입니다. 전재복 시인의 <폭우2>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폭우2 - 전재복     


종일토록 굳게 닫은 입

환한 눈길 한번 아니 주고

속으로만 끙끙 화를 끓이는지

먹장구름 쥐었다 풀어놓고

흩었다가 모아놓고    

 

흘끔흘끔 심기를 살피느라

애꿎은 홍고추만

걷었다 널었다

등허리에 땀이 홍건하다     


사방에 어둠이 둘러서고

달달대는 선풍기로

끈적이는 밤을 뒤적일 즈음

멀리서 힘겹게 가래 모으는 소리

가르릉~

언뜻 꽂히는 푸른 불빛

아 아 드디어 당신께서

일을 내시는구나

몸을 부려 땅을 두드리고

꺼이꺼이 목놓아 울고 있다     



누군들 온몸 던져

소리소리 울고 싶은 날

왜 없을까

저러다 혼절할 것 같은

당신의 몸부림에 기대어

슬그머니 감춰 둔 울음 한 자락

풀어놓고 싶었다     

무리를 벗어나 홀로 사람곁에 가까이 서 있서서 찰칵!!, 만질순 없었어도 향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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