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읽은 한시, 다산 정약용의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에서 ’如意鐵(여의철)‘이 무슨 물건인가 궁금하여 찾아보았죠.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 ’사정이 여의치 않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때의 단어 ’여의‘와 같은 뜻인 줄 몰랐답니다. ^^ ’여의(如意)’란 ‘마음먹은 대로’라는 뜻. 손오공의 여의봉, 이무기의 소망 여의주, 꿈의 세상으로 안내하는 여의침, 고승들의 설법에 사용했던 여의죽,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여의손 등, 예부터 선인들이 ‘여의‘라는 말을 넣어 사용한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그 중 이유원(조선 문인)이란 사람은 대나무, 옥, 쇠로 만든 세 개의 여의를 소재로 ’삼여의명(三如意銘)‘을 지으며 이렇게 뜻을 달았답니다.
’대나무 여의는 곧아서 사람에게 쓰이고, 내가 품은 뜻도 너와 함께 하리라‘
’옥으로 만든 여의는 군자의모습이요, 자리의 보배로다. 그 덕이 순수하니 내 곁에 있으라‘
’쇠 여의는 옥보다 강하고 대나무 보다 굳세다. 너를 붓으로 쓰면 영원히 닳지 않으리라‘
대나무는 ’의지‘를, 옥은 ’인격‘을, 쇠는 ’문필‘을 비유하여 사대부의 필수자격요인을 스스로에게 투여했다고 써있는 글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물건에 이름을 붙일 때는 붙이는 이의 마음이 있었을 터, 갑자기 제 주변의 물건들을 보며 그 이름의 본뜻을 살펴보게 되네요.~~ 심심하실 때, 다산의 한시,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시리즈를 읽어보세요. 말 그대로 사소한 일상에서 올라오는 통쾌함을 느낄수가 있으니까요.
아, 한가지 더! 요즘 통쾌한 철학적 언어구사로 세인들의 맘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젊은 철학자 박구용교수(전남대 철학교수)가 군산에 오네요. 즐겨듣는 아침방송 ’김어준 겸손은 힘들다‘의 김어준씨와 콤비를 이루며 주고 받는 대화는 정말 즐겁고, 정치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 명쾌한 한 획의 통찰을 제시합니다. 시간 나시는 분들 오세요. 오늘은 특별히 정약용시인의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시리즈 중 세 편을 보내드리니, 저처럼 한글만이라도 재밌게 읽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