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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16.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89

2024.7.16 신승근 <마음 가는 길>

“어머님들께서 쓰셨던 시를 얼마나 기억하시는지 지금부터 기억력 테스트...”

“다 잊어부렸어. 긍게 공부는 할때는 그래도 어떻게 썼는디, 지금도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제가 첫 운을 떼드릴테니까, 그 다음 말을 생각해보세요. 어머님들은 시인이시니까요.”     


작년 말랭이마을 사업으로 ‘문해교실’을 마무리하면서 11명의 어머님들은 각기 2작품씩 시화작품을 냈었습니다. 어머님들의 자긍심을 위해, 플래카드 형식으로 마을골목에 걸어둔지 1년이 넘으니 색이 바래고 천이 찢어지고... 그렇다고 거두어들이긴 싫고, 볼때마다 마음은 씁쓸하고 그랬어요. 제 형편에 또다시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군산시가 이 작품들을 벽화로 제작해준다고 하네요.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님들은 엄청 좋아하셨지요. 초복을 핑계로 저의 부부를 초대해주셔서 복달임을 했답니다.   

  

예산이 많이 들어서 1인당 1작품씩만 선별해달라고 하여 추천한 작품들입니다. 

‘해바라기 연정’ ‘드레스미싱’ ‘내 손’ ‘쌍자음 시리즈’ ‘고추이야기’ ‘내 마음의 꽃밭’ ‘사랑이라는 것’ ‘말랭이마을 꽃’ ‘고무신’ ‘민들레꽃’ ‘드럼세탁기’!!     


“어머님들, 이제 난리가 나서 벽이 허물어지지 않고서는 이 작품들이 더 오래 살거예요.” 라고 하니, 모두다 제 덕분이라고 감사인사를 엄청 받았습니다. 사실 이 마을사업에는 시의원부부의 남다른 애정이 첫째공로입니다. 시를 사랑하는 이분들의 눈과 마을 사랑이 없었다면 저 같은 소시민 책방주인의 말은 아마도 콧등으로 들었을 듯...^^ 어찌됐든 잘된 일입니다.     


올해는 공부를 안하니, 글씨도 써지질 않고 글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배움에는 역시 때가 있는 법이라고 모두 입을 모아 말씀하셨지요. 오지랖 펼치기 좋아하는 저는 맘 속으로 생각했지요. ‘올해는 시간이 지나갔으니, 어찌 내년에 한번 또 다른 모습으로 글방을 열어볼까?’ 라구요. 입밖으로 내지 않았으니,,, 소망하면 이루어질지 혹시 알아요? 아무도 모르지요!


어른들이 준비해주신 점심과 티 타임후 가장 쉽게 할수 있는 약속하나 하고 돌아왔습니다.

“8월 말, 작년에 갔던 서천 맥문동 꽃밭에 또 놀러가시게요.” 했더니, 아 글쎄...

“그 날은 모두 노트랑 연필 들고 가서 즉석에서 시 한편씩 쓰는거여”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고의 기쁨입니다. 오늘은 신승근 시인의 <마음 가는 길>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마음 가는 길 - 신승근


마음 머무는 자리가 어디

내 몸뿐이겠는가


느릅나무 속 갈피에도 머물고

탱자나무 가시에도

정자나무 그늘에도

매화꽃 향기에도 머무나니

머무는 자리마다

내 몸 다시 피는구나

마음 가는 길

길섶에서 만나는 풀꽃마다 들렸다가

그 향기 데리고

너에게로 갈 것이다

먼 산빛이 늦은 초록으로 보이거든

너 또한 그 그늘에 발을 담가보아라


마음은 언제나 머물고 싶은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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