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동행하는 새벽 목욕길에 피어난 빨간 꽃. “저 꽃 이름을 또 잊었어야. 나는 저 붉은색이 제일 이쁘더라. 얼마나 모질면 이 더위에도 죽지 않고 더 피어난다냐. 무덤에 가면 사람들이 많이 심어놓더라.” 바로 배롱나무의 배롱꽃을 보시며 말씀하셨지요. 꽃이름을 말씀드리니, 생각났다는 듯이, 엄마의 고향 섬집 담장 너머 폐교 뜰 안에 피어났을 꽃이 보고 싶다고, 금주에는 섬에 가야겠다고 하시네요. 일주일에 한번쯤 엄마와의 새벽목욕길이 꽃보다 더 붉게 환하게 하루를 열어주었답니다.
말랭이 어귀에 들어서는 데 또 수호나무처럼 배롱나무가 활짝 피어난 꽃잎을 달고 맞이하더군요. 어느 해부터인가 여름이면 가로수로 배롱나무꽃이 보이더니 이제는 제 자리를 잡은듯해요. 책방에서 가까운 서천에는 배롱나무꽃 가로수길(서천군 종천면-서면, 10km)과 문헌서원(고려 학자 목은 이색가문 제향, 서천군 기산면)이 있어서 친구와 ‘후딱여행’길을 떠났지요.
아시다시니 배롱은 한자어로 백일홍(百日紅)이니 최소 100일동안(7월-9월, 8월절정) 우리들은 그 아름다운 꽃 풍경을 즐길 수가 있겠지요. 부처과 나무, 간지럼 잘타는 나무, 매우 매끄러운 나무줄기, 그리고 아가씨들의 샬랄라 원피스 단처럼 잔무늬 곡선이 굽이치는 꽃잎... 이번에 배롱나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아보시고 주변 향교(군산 옥구향교, 임피향교)에도 배롱꽃이 만발할테니 폭염이라고 실내에만 있지 마시고 꽃나무가 내어주는 그늘로 가보시길 추천해요.
벌써라는 말도 무감각해질정도로 칠월의 마지막 날이군요. 짧은 방학인데도 저는 매일 고등부를 한 두명씩 수업하다 보니, 당연히 방학이란 생각도 없지요. 달마다 세금 처리할 영수증은 어찌나 많은지, 오늘도 시내를 한 바퀴 순례하며 하늘도, 구름도, 꽃도, 바닷가도 슬쩍슬쩍 보고 다녀야겠습니다. ‘오늘이 가기 전에 떠나갈 당신이여~~’라는 모 가수의 가사가 갑자기 스치네요. 저야말로 오늘이 가기 전에 또 제 곁을 떠나갈 수많은 물상과의 인연에 마지막 정을 듬뿍 보여주고 싶습니다. 도종환시인의 <배롱나무>입니다. 봄날의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