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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 아침편지106

2024.8.2 정약용 <동림청선東林聽蟬> <우일사운雨日射韻>

by 박모니카

매미소리를 들으며 여름더위를 소거한 학자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가장 유명한듯 싶어요.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消暑八事소서팔사]과 또 더위를 씻는 여덟 가지 일[又消暑八事우소서팔사]을 한시로 남겨놓을 정도로 여름나기의 대가(大家). 정말 존경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시끄럽다고 하는 매미의 울부짖음을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로, 우리 후대에게 글로 남겨준 다산선생이야말로 시인 중의 으뜸 시선(詩仙)이요 시성(詩聖)이지요. 해마다 여름이면 이 분의 글이 생각나서 편지에 올렸는데요,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에 일침을 놓는 매미소리를 들으니 다산의 <소서팔사>가 생각나서 한번 더 올려드려요.


송단호시(松壇弧矢) 솔밭에서 활쏘기

괴음추천(槐陰鞦遷)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허각투호(虛閣投壺)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청점혁기(淸簟奕棋) 대자리깔고 바둑두기

서지상하(西池賞荷)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동림청선(東林聽蟬)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우일사운(雨日射韻) 비오는 날 한시 짓기

월야탁족(月夜濯足)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씻기


소제에 대한 한시 전부를 올려드린다면 낚시하면서 물고기까지 잡아주는 격, 저는 <동림천선>과 <우일사운>만 올려드리니, 나머지는 검색해보시면 어떨까요^^ 한글번역본이 많아 바로 읽을 수 있어요. 스스로 더 멋진 번역에 도전도 해보시고요. 꼭 소리내어 한번 읽어보시면 이 더위가 한순간에 쏴~~악 사라질거예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동림청선(東林聽蟬)동림에서 매미소리를 듣다 - 정약용

紫霞紅露曙光天(자하홍로서광천) 자색 노을 붉은 이슬에 하늘 빛은 새벽이고

萬寂林中第一蟬(만적임중제일선) 숲속의 온갖 적막함 중 으뜸은 매미소리로다

苦境都過非世界(만적임중제일선) 괴로운 형편이 다 지나면 이 세상이 아닐지니

鈍根淸脫卽神仙(둔근청탈즉신선) 우둔한 천성도 맑게 벗으면 곧 신선이로다

高飄妙唱凌虛步(고표묘창능허보) 묘한 창법으로 높게 날아서 허보를 압도하고

旋搦哀絲汎壑船(선닉애사범학선) 슬픈 가락은 산골짝 배를 누르고 선회한다

聽到夕陽聲更好(청도석양성갱호) 석양이 도래하면 매미 소리가 더욱 좋구나

移床欲近老槐邊(이상욕근노괴변) 평상을 해묵은 홰나무 가로 옮기고 싶어라



우일사운(雨日射韻)비오는 날 운자를 쏘며 시를 짓다 - 정약용

窶藪詼諧度潦炎(구수회해도요염) 뙤리 틀고 해학으로 무더위를 건너니


美人顔色隔重簾(미인안색격중렴) 미인의 낯빛은 겹 주렴에 막혀있구나


唯知競病全依律(유지경병전의율) 오직 경병의 온전한 율격에 의지하고


忽訝戈波半露尖(홀아과파반로첨) 홀연 끝을 반쯤 드러낸 과파를 맞는다


思路望窮千里目(사로망궁천리목) 생각의 길은 천리안으로 궁극을 보며


疑山撚斷數莖髥(의산연단수경염) 의심의 산은 몇 가닥 수염으로 비벼 끊는다


不如自作詩千首(불여자작시천수) 스스로 시 천 수 짓는 것 같지 않으니


難字還宜信手拈(난자환의신수념) 어려운 글자가 손을 따라 응당 돌아온다


<참고, 번역 - 박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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