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를 들으며 여름더위를 소거한 학자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가장 유명한듯 싶어요.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消暑八事소서팔사]과 또 더위를 씻는 여덟 가지 일[又消暑八事우소서팔사]을 한시로 남겨놓을 정도로 여름나기의 대가(大家). 정말 존경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시끄럽다고 하는 매미의 울부짖음을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로, 우리 후대에게 글로 남겨준 다산선생이야말로 시인 중의 으뜸 시선(詩仙)이요 시성(詩聖)이지요. 해마다 여름이면 이 분의 글이 생각나서 편지에 올렸는데요,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에 일침을 놓는 매미소리를 들으니 다산의 <소서팔사>가 생각나서 한번 더 올려드려요.
송단호시(松壇弧矢) 솔밭에서 활쏘기
괴음추천(槐陰鞦遷)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허각투호(虛閣投壺)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청점혁기(淸簟奕棋) 대자리깔고 바둑두기
서지상하(西池賞荷)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동림청선(東林聽蟬)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우일사운(雨日射韻) 비오는 날 한시 짓기
월야탁족(月夜濯足)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씻기
각 소제에 대한 한시 전부를 올려드린다면 낚시하면서 물고기까지 잡아주는 격, 저는 <동림천선>과 <우일사운>만 올려드리니, 나머지는 검색해보시면 어떨까요^^ 한글번역본이 많아 바로 읽을 수 있어요. 스스로 더 멋진 번역에 도전도 해보시고요. 꼭 소리내어 한번 읽어보시면 이 더위가 한순간에 쏴~~악 사라질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