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하늘가 멀리 걸려 있고 나뭇가지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누가 이 찜통더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더위를 식힐 음식도, 피서도구도 없으니, 조용히 앉아서 책 읽는 게 제일이구나 -
예나 지금이나 하늘과 땅이 같으니 절기도 사람의 감정도 같았을거예요. 며칠 전 선조들의 여름피서법에 관한 검색을 하다가, 조선학자 명재 윤증(명재고택, 충남 논산소재)의 글이어서 메모해두었죠. 이 고택도 조선후기의 전통적인 양반가 한옥으로 알려져 있더군요. 어제 윗지방(소위, 서울 경기^^)에 볼일이 있어 1박을 했는데요, 버스가 논산 쪽을 지나는데, 이 구절이 생각나는거예요. 그래서 이왕이면 서울에서 유명한 책방 <서울 책보고>에 가기로 결정했죠.
이 책방은 전국에서 가장 큰 중고책방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오래된 책들이 얼마나 있을까, 또 찾고 싶은 책들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북캉스 1호’로 생각하며 갔습니다. 또 함께 글공부하는 문우께서 근처에 사셔서 낯선 곳에서의 데이트도 설렜구요. 이 책방은 서울시가 운영하고, 전국의 책방에서 다양한 중고책을 기증하여 전시한 형태더군요. 한 켠에 군산을 대표하는 동네 책방의 이름도 있고, 전주 지인이 운영하는 책방의 이름도 있어서 쬐끔 부러웠어요. 어쨌든 두 시간여, 책방의 책꽂이 절반도 채 못보고 후퇴했지만 그래도 몇 권의 책도 샀지요. 독특한 건축물에 사람들이 많지 않고, 주변의 한강공원경관과 이어져서 혹시 다시 상경한다면 책보며 피서하고 싶은 책방입니다. ‘후딱 여행‘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하루를 비웠다고 책방의 꽃들이 모두 반 죽음상태더군요. 오죽이나 더웠으면, 또 제 발이 있어야 코앞에 있는 물을 마시지요. 그렇다고 책방에 아무도 없었던 것도 아니랍니다. 단지 제 몸에만 에어컨 팡팡 틀어주면서 바깥의 꽃들이야 목이 마르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었던 1인. 말도 하기 싫어서 '내탓이오'를 연발하며 부리나케 물을 주었는데, 어찌 오늘 살아나 있을지... 괜히 죄없는 복실이 한테만 눈치를 주었답니다. 저한테는 학원휴가 마지막 날, 책방오는 사람들 있으면 책방 옆에 개업하는 ’말랭이카페‘에 가서 시원한 차를 대접해야겠습니다. 임영규 시인의 <더위 그까짓 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