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봄날 아침편지121

2024.8.17 안도현 <간격>

by 박모니카

철학(哲學, philosophy)은 무엇일까. 학문의 보편타당성(普遍妥當性), 형이상학(形而上學) 등 이런 말을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순 없을까. 철학(哲學, 밝을철, 배울학), 두 글자 속에 ‘밝다’라는 뜻이 있으니, 철학 강의 들으면 순식간에 머리회로에 불빛이 더 반짝거릴까. ‘아마 그럴지도 몰라‘ 하는 맘으로 오늘의 철학강의를 준비합니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철학교사,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임상철학가, 철학을 가장쉽게 들려주는 철학가 – 그의 책에 써 있는 프로필입니다. 청소년들에게 많이 읽혀진, 청소년 성장을 위한 에세이 <열입곱살의 인생론>에서 부터 <청소년을 위한 두 글자 인문학 > <철학으로 휴식하라>, <처음 읽는 현대철학>, <식탁은 에피쿠로스 처럼>, 최신작 글쓰기 책 <A4 한 장을 쓰는 힘>에 이르기까지 20여권의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작가를 맞는 환영하는 마음으로 저도 두 권의 책을 ’후루룩’ 읽었는데요, ‘철학이 이토록 쉽고 재미있을 줄이야!’라는 책평에 실린 글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강연 대상을 ‘청소년과 청년’이라고 붙인 이유는, 말 그대로 젊은 그들에게 철학강의를 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저때만해도 옆구리에 철학책 하나 들고 다니며, 폼이라도 잡아보는 책 문화가 있었는데, 아시다시피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세상이 되었지요. 또 하나의 대상으로 중년이후 저 같은 나이의 사람들입니다. 철학 philosophy를 나누면 ‘지혜(sophia)를 사랑(philos)한다’는 말이 되는데요, 중년 이후의 삶은 그 어떤 것도 ‘철학’아닌 것이 없음을 몸으로 알고, 지혜로 알고, 결국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결론으로 귀착되는 것. 이 사실을 알거나, 알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더위가 한풀 꺾임을 느끼시지요. 저는 진작부터 얇은 이불 한 귀퉁이 붙들고 잠을 청했답니다. 어제 밤은 유독 서늘함이 맴돌더군요. 비탈길을 내려가는 자동차를 중립기어로 바꾸고, 한 발 한 발 페달을 누르며 감속하듯이, 지독했던 여름열기보다 더 지독하게 서늘할 가을의 가속(加速)시간을 좋은 강연듣기, 매일 독서하기, 나만의 글쓰기로 채워가면 어떨까요. ‘나도 오늘 철학자로 한번 변신해볼까?’하는 분들, 꼭 놀러오세요.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간격>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8.17안광복특강1.jpg
8.17특강4.jpg
8.17특강3.jpg
8.17특강2.jpg


<장항 솔숲, 맥문동개화시작. 꽃잔치가 23일 부터라 하더니 만개까지는 아직...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신비로운 보라빛 세상문을 노크정도만 하고 붐비지 않게 가벼운 산책이 좋았습니다>

8.17일 작가특강배너광고.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봄날 아침편지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