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이고 체험적인 얘기는 가능하면 시에 쓰지 않으려고 한다. 독자도 시인도 그만큼 덜 상상하기 때문에요...“ 라고 젊은 시인 황인찬님이 말했습니다. 어제는 이 시인과 나누는 줌강독에 참여했었거든요. 올 초 이 프로그램을 알게되어 종종 참여하는데요. 어떤 시인의 시집을 전체 강독하고 시인과의 대화를 하기까지, 평균 4시간이 넘어, 말 그대로 심야강독이됩니다.
저는 저녁 수업시간과 맞물려서, 쉬는 시간에 맞추어 제 부분을 읽는 바람에 강독시간 내내 참여하진 못해요. 그래서 시인과 독자들의 질문 대답을 연속적으로 깊이있게 듣지 못해서 때론 답답함이 있지요. 게다가 시인의 말처럼, 사실과 체험의 용어를 많이 생략한 시라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부터 시 좀 안다는 분 치고 이 시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인기쟁이 시인이예요.
저는 작년에 나온 시집<이걸, 내마음이라고 하자>를 읽고, 중얼중얼 거리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이런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죠. 시집의 제목이 편하게 다가와 희망도서시스템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도 읽게하자 싶어서 도서관에 입고시켰죠. 뭐 제가 아니라도 워낙 유명한 시인의 잘 팔리는 시집이라 오지랖이 닫혀있어도 되지만요.^^
하여튼 어제의 줌 강독도 심야까지, 몇 편을 제외하고, 시 직품을 보고 바로 이해되진 않았어요. 황시인의 소탈하게, 특히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려와 저를 포함한 독자들은 그 시간도 아깝지 않았다는 총평이 많이 나왔습니다. 시란 글귀가 바로 이해된다면 시가 아니라 하지요. 어제 제가 읽은 부분의 ’토끼풀같은 인생을 살아온‘ 표현처럼, 시를 읽을 때 이해되지 않은 시어가 있다면 ’흔하디 흔한 토끼풀이 하늘하늘 나부끼는 들녘에 왔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
오늘은 보고싶었던 몇몇 지인들과 점심약속이 있네요. 사람의 인연은 매일 눈뜨고 잠자고 다시 눈뜨는 일상의 그물코 하나를 콕 잡아매는 일. 항상 곁에 있는 인연이라면 그 코 자락을 좀더 세게 잡아당겨, 제 마음 속에 못 걸어두고 싶네요. 언젠가는 떠날 인연, 떠날 때 떠나더라도, 고마운 인연으로 보기좋은 흔적을 남겨두려구요... 황인찬 시인의 시 두편을 읽어보아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서 -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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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자전거가 있었네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르지만 나에게는 자전거가 있었네 검은색 알루미늄 몸체, 그리고 바구니가 앞에 달린 그런 옛날 자전거
여름밤에도 타고 달리고
눈 내리는 아침에도 타고 달리고
비에 젖고 바람에 다 삭아버린 자전거, 꼴은 사나워도 그 럭저럭 타고 다닐 만한 자전거가 내게도 있었네
하늘이 분홍빛이던 가을 초입 어느 저녁, 그때도 자전거 를 생각했네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물가는 반짝이던 때 그를 뒤에 태우고 하교하던 어린 날이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