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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Oct 29.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194

2024.10.29 황인찬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서>


“사실적이고 체험적인 얘기는 가능하면 시에 쓰지 않으려고 한다. 독자도 시인도 그만큼 덜 상상하기 때문에요...“ 라고 젊은 시인 황인찬님이 말했습니다. 어제는 이 시인과 나누는 줌강독에 참여했었거든요. 올 초 이 프로그램을 알게되어 종종 참여하는데요. 어떤 시인의 시집을 전체 강독하고 시인과의 대화를 하기까지, 평균 4시간이 넘어, 말 그대로 심야강독이됩니다.   

  

저는 저녁 수업시간과 맞물려서, 쉬는 시간에 맞추어 제 부분을 읽는 바람에 강독시간 내내 참여하진 못해요. 그래서 시인과 독자들의 문 대답을 연속적으로 깊이있게 듣지 못해서 때론 답답함이 있지요. 게다가 시인의 말처럼, 사실과 체험의 용어를 많이 생략한 시라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부터 시 좀 안다는 분 치고 이 시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인기쟁이 시인이예요.      


저는 작년에 나온 시집<이걸, 내마음이라고 하자>를 읽고, 중얼중얼 거리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이런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죠. 시집의 제목이 편하게 다가와 희망도서시스템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도 읽게하자 싶어서 도서관에 입고시켰죠. 뭐 제가 아니라도 워낙 유명한 시인의 잘 팔리는 시집이라 오지랖이 닫혀있어도 되지만요.^^     


하여튼 어제의 줌 강독도 심야까지, 몇 편을 제외하고, 시 직품을 보고 바로 이해되진 않았어요. 황시인의 소탈하게, 특히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려와 저를 포함한 독자들은 그 시간도 아깝지 않았다는 총평이 많이 나왔습니다. 시란 글귀가 바로 이해된다면 시가 아니라 하지요. 어제 제가 읽은 부분의 ’토끼풀같은 인생을 살아온‘ 표현처럼, 시를 읽을 때 이해되지 않은 시어가 있다면 ’흔하디 흔한 토끼풀이 하늘하늘 나부끼는 들녘에 왔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      


오늘은 보고싶었던 몇몇 지인들과 점심약속이 있네요. 사람의 인연은 매일 눈뜨고 잠자고 다시 눈뜨는 일상의 그물코 하나를 콕 잡아매는 일. 항상 곁에 있는 인연이라면 그 코 자락을 좀더 세게 잡아당겨, 제 마음 속에 못 걸어두고 싶네요. 언젠가는 떠날 인연, 떠날 때 떠나더라도, 고마운 인연으로 보기좋은 흔적을 남겨두려구요... 황인찬 시인의 시 두편을 읽어보아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서 - 황인찬

-

나에게도 자전거가 있었네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르지만 나에게는 자전거가 있었네 검은색 알루미늄 몸체, 그리고 바구니가 앞에 달린 그런 옛날 자전거     


여름밤에도 타고 달리고

눈 내리는 아침에도 타고 달리고     


비에 젖고 바람에 다 삭아버린 자전거, 꼴은 사나워도 그 럭저럭 타고 다닐 만한 자전거가 내게도 있었네     


하늘이 분홍빛이던 가을 초입 어느 저녁, 그때도 자전거 를 생각했네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물가는 반짝이던 때 그를 뒤에 태우고 하교하던 어린 날이 있었네     


그런 날은 내게 없지만

분명하게 떠오르는 그의 체온과 무게가 있었네     


탈 줄도 모르는 내 자전거

잃어버린 적도 없는 내 자전거     


나에게도 자전거가 있었네 그렇게 자꾸 말하다 영원히 그

리워진 그런 자전거가 내게도 있었네   


       

흐리고 흰빛 아래 우리는 잠시 황인찬     


조명 없는 밤길은 발이 안 보여서 무섭지 않아?

우리가 진짜 발없이 걷고 있는 거면 어떻해     


그게 무슨 농담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너는 어둠속에서 말했지     


집에 돌아가는 길은 멀다

가로등은 드문드문 흐리고 흰 빛     


이거 봐, 발이 있긴 하네     


흐린 빛 아래서 발을 내밀며 너는 말했고

나는 그냥 웃었어     


집은 아주 멀고, 우리는 그 밤을 끝없이 걸었지

분명히 존재하는 두 발로 말이야     


발밑에 펼쳐진

바닥 없는 어둠을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사진, 안준철시인 - 자전거 하면 안 시인님이 생각나서 사진 빌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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