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0 전재복 <낙엽>
159송이 국화꽃의 놓여진 이태원에 한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세월호참사 때는 만사제치고 가서 타인의 슬픔이나마 위로의 맘을 전했었는데... 사실 땅위의 꽃이 아니라 하늘의 별꽃이 된 젊은 영혼들을 또다시 만나볼 자신이 없었지요. 두 해가 지나서 다시 또 어제(10.29참사)와 오늘을 맞네요.
당시 현장에서 알르바이트를 했던 어느 젊은이의 멘트가 들렸어요. 그렇게 될 사고였음을 미리 알았더라먼 누군가에게 ’손이라도 한번 잡아줄 것을...‘ 이라구요, 무심코 지나다가 10월이 오면 가슴이 먹먹하니 두근거린다고 말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스스로 주홍글씨를 붙이고 다니는 거지요. 막상 달아야 할 정부 관료들은 모두 빠져 나갔는데요. 희생자의 유가족과 수 많은 시민들만 그 무겁고 힘든 명패를 아직도 달고 다닙니다.
영어학원이라고, 해마다 할로윈 장식품을 내걸었고 2년전에도 그런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며칠 전 학생들이 묻기를, ’우리는 할로윈 행사 안해요?‘ ’하고 싶어? 하면 좋지. 그런데 선생님 맘이 아직도 무섭네... 생각해보자‘ 라고 답했습니다. 작년에는 1주기라고 학생들이 뭔가를 생각했는데, 또 1년이 지나니 잊었나봅니다. 일단 오늘 수업전에 안전사고에 대해 얘기하고, 내일 있을 응급조치법 시연에 많이 참여하도록 지도할 예정입니다.
전재복 시인의 시집 <시발>에는 이태원참사에 대한 시가 두 편 있습니다. <이태원엔 배꽃도 피지마라>의 한 대목입니다.
(상략)
대비하지 못한 황망한 이별이
악몽인 듯하여
눈물조차 흐르기를 잊었는데
네가 간 그곳에서 꽃들은 피겠거니
무량무량 꽃으로 피겠거니
그곳에만 희디희게 피어나라
이태원엔 이제 배꽃도 피지 마라
너 없는 세상 배꽃도 보기 싫다
이태원에 다시는 배꽃도 피지 마라
세상에는 만남 만큼이나 수많은 이별이 있지만, 천지가 무너진 듯한 공간속에서 맞이하는 황망한 이별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수 있겠어요. 다시한번 희생자와 그 가족의 슬픔에 머리를 숙이는 아침입니다. 전재복 시인의 또 다른 이태원관련시, <낙엽>을 읽습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낙엽 - 전재복
- 이태원참사 이후
한 아이가
툭 떨어져 눕는다
그 위로 서른 마흔 쉰 백
포개고 엎어진다
채 물들지 못한 잎새의 비명이 시퍼렇다
비명이 절명을 밟고 자꾸 쌓인다
이 가을
묘비명도 없는 무덤이 또 생겼구나
어떻게 차마
통증 없이 밟고 지나랴
일백오십몇 별꽃이
피멍으로 뜨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