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3 김소엽 <그대는 나의 소중한 별>
친정엄마는 ’물만 먹이지 않고 영양분있고 달콤한 두유라도 먹는지 봐라‘ 하시면서, 당신이 드시는 두유를 주셨지요. 엄마와 복실이가 서로 감정이 소통되었는지, 엄마 얘기를 전해주면서 주었더니, 몇 모금 홀짝거리더군요. 얼마전 애완견을 멀리 보내고 슬픔에 빠졌던 지인께서 주신 패드가 이렇게 가까운 시간에 쓰일줄은 몰랐어요. 저도 앞날을 모르겠어요.
제 마음 속 어딘가 있을 위로의 말 창고를 열어서 무슨말을 많이 건네고 싶은데, 정말 그런 창고가 있기나 한것인지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서... 핸폰의 노트함을 열어 그적거려보다가, 벌써 여섯시가 넘었구나 싶어서 노트북의 아침편지방을 열어봅니다.
밤 공기가 좋다고, 은파한바퀴 돌자는 아들의 권유에 차마 복실이를 동행할 수 없기에, 또 말했지요. “기다려, 갖다올게, 여기서 기다려” 그 순간 울음보가 터져서 아들몰래 눈물을 닦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복실이에게 가장 많이 한 말 같아서요. 매알 저만 기다렸거든요.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복실이를 안아주는 성격이지만, 저는 따뜻하게 안아서 데리고 다닌적이 없어요. 이렇게 차가운 저 같은 사람을 매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했던 복실이네요...
밤 하늘의 별이 많이 빛나네... 라는 아들의 말에, ’그래, 셀 수 없이 많은 별 들도 제 각기 땅 위에 주인을 두고 있다는데, 어느 별인가 나도, 너도, 복실이도 다 제 자리를 찾아갈날이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쑥 들어와, 평소보다 아주 빠르게 걸으며 어둔 생각을 접으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단단하게 집안의 자리를 만들어 줄 아들에게 무슨 말로 이 밤 산책을 남겨볼까 고민도 하면서요.
때마침, 어린아이들이 있는 한 가족이 앞장서서, 달리는 아이들 뒤로 아빠가 뒤쫒는 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바로 엊그제 일처럼 생생히 살아나는 저와 남편 그리고 어린 아들 딸의 모습.
“군산에 와서 너희들이랑 네 아빠가 저렇게 놀은 적이 있지. 바로 어제 일 같네. 언젠가 우리 아들이 저 뒷자리에서 너 아이들을 뒤쫒는 때가오겠지.”
말하는 순간 그 배경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남편도 제 엄마도 복실이도... 그 모습이 인생이구나!! 오늘은 저를 언제나 말없이 가장 많이 기다려준 복실이를 위해 기도하렵니다. 다시 기다려 줄 그 마음을 보여달라고... 김소엽시인의 <그대는 나의 소중한 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대는 나의 소중한 별 – 김소엽
우리네 인생길이
팍팍한 사막 같아도
그 광야길 위에도 찬란한 별은 뜨나니
그대여
인생이 고달프다고 말하지 말라
잎새가 가시가 되기까지
온 몸을 오그려 수분을 보존하여
생존하고 있는 저 사막의 가시나무처럼
삶이 아무리 구져지고 인생이 기구해도
삶은 위대하고 인생은 경이로운 것이니
그대요
삶이 비참하다고도 말하지 말라
그대의 따뜻한 눈빛 한 올이 별이 되고
그대의 다정한 미소 한 자락이 꽃이 되고
그대의 부드러운 말 한 마디가 이슬 되어
내 인생길을 적셔주고 가꾸어 준
그대여,
이제 마지막 종착역도 얼마 남지 않았거니
서럽고 아프고 쓰라린 기억일랑
모래바람에 날려보내고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만을
찬란한 별로 띄우자
내가 외롭고 아프고 슬플때
그대가 나의 소중한 별이 되어 준 것처럼
나도 그대의 소중한 별이 되어 주마
이 세상 어딘가에 그대가 살아있어
나와 함께 이 땅에서 호홉하고 있는
그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는 고맙고 행복하나니
그대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별
그대는 나의 가장 빛나는 별
<은파호수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