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면 핸드폰의 카메라 앨범에 몇장의 사진들이 쌓일까요. 어제는 지난 일년간 찍었던 사진 중에서 가족달력에 들어갈 사진을 찾느라 두시간 가까이 실눈뜨고 앨범을 보았습니다. 일년은 365장인데, 사진은 10배가 넘으니, 12달에 들어갈 적격인 사진을 찾는 것도 적지않은 노고더군요... 동시에 지워도 되겠다 싶은 사진들도 많아서 미련은 남았지만 눈길과 미소 한번주고 이내 어딘가로 보내버렸습니다. 핸드폰 기능에 휴지통은 있다지만, 저는 복구시킬 줄 모르니, 그냥 어딘론가 날아가버렸다 위로했지요.
어제는 고등부 보충수업을 마치고 사진이나 찍으러 좋은 곳을 소개하라 했더니, 부여 임천성흥산성의 가림성에 유명한 사랑나무가 있다고 하더군요. 정확한 수령은 화자들마다 제 각각이지만 얼핏보아도 몇 백년은 되어보이는 이 느티나무(202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는 하트형 가지로 인해 전국의 사진작가 뿐만 아니라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러 오는 대표적 명소라고 했어요. 올 가을엔 단풍구경 한번 못해봐서 나들이 나섰답니다.
군산에서 1시간 이내거리에 있는 충청도는 여러 유적지와 관광지가 부러울만큼 많은데요, 이 가림성 느티나무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궁금했지요. 작은 임천면소재지 중심에서 산성길을 따라 올라가니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사진을 담기에 바빴습니다. 과연 산성 제일 높은 곳에 우뚝선 느틔나무의 수세와 산성 주변의 가을풍경들은 입소문에 오르내릴만한 멋진 곳이었습니다. 뜻밖에 비밀같은 휴식처 하나를 알고 돌아온 휴일이었네요.
오늘부터는 12월의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말고, 깊은 발자국 하나 남기면 좋을 맘으로 섬세하게, 예민하게 느끼면서 맞이하고 보내야겠다 싶어요. 12월을 며칠 남겨놓고 지난 일년간을 되돌아본다면 마음이 너무 바쁘니, 오늘부터라도 일년동안 감사했던 일, 아쉬었던 일, 미련이 남는 일, 도전하려 했던 일, 과감히 접어야 하는 일 등등등... 관련된 모든 일을 다 챙길순 없다하더라도, 생각나는 대로 잘 모두고 나누어서 일년을 정리할 수 있도록 부지런한 모습을 일깨워야겠어요. 월요일은 늘 처음과 같은 날. 새해 첫 마음을 돌아보며, 끌고 나왔던 마음의 줄이 끝을 향하여 잘 이어지도록, 말미에 생채기가 덜 남도록 홧팅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