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 김종제 <12월의 무언극>
오늘부터 급 추위가 온다더니 날씨예보의 한자리수 숫자가 엄청 싸늘해보이는군요. 사실 12월이면 ’겨울답게‘라는 말이 어울리도록 눈도 좀 오고 바람도 좀 불고요. 손이 시려워 호호 입김을 넣기도 하고, 어깨를 웅크리며 따뜻한 찻집을 기욱거리도 하고... 뭐 그런 맛이 있어야 겨울다운 한 계절이 찾아오는 거지요. 하여튼 사람도 계절도 ’답디 다운‘모습을 갖추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요^^
잠시후면 새벽 ’줌 강독‘이 있는데요. 오늘 강독은 한강작가의 <흰>이라는 작품입니다. 그녀는 유독 겨울에게서 삶과 죽음, 그리고 절망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을 많이 쓴 것 같아요. 저야 평론가가 아니니 멋진 말을 끌어낼수는 없지만, 최소한 겨울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간격의 극한차이를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조금 느낄수 있어요. 눈송이의 차가움과 따뜻함, 한 송이의 가벼움이 다른 무리와 함께 내려오면서 나오는 거대한 무거움 등등... 다른 문우들께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읽고 생각하시는지, 오늘도 배우는 귀한 새벽시간입니다.
화요일이면 특히 사람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아마도 기분좋은 만남이 있기 때문이겠죠. 공동의 취미를 지향하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는 말들과 미소의 잔치. 오늘 만나는사람들도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죠. 누구보다도 책방을 잘 활용하는 봄날의 산책 사랑꾼들이기도 합니다. 로또 맞은 후배가 점심을 산다하니, 구수한 후배의 말솜씨 또한 멋들어지니, 그 로또가 어떤 모양도 구경할 겸 재밌는 얘기도 들어볼랍니다.
예보대로 추운 날씨에 대비해서 무장하시고, 무엇보다 따뜻한 차를 많이 드시면서 ’글 한 줄‘에서 큰 기쁨이 더해지는 일상으로 스스로 변화해보시길 바라며, 오늘은 김종제시인의 <12월의 무언극>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12월의 무언극(無言劇) - 김종제
새들이 숲을 버리고
일제히 비상한다
나무들도 거친 옷을 벗어버리고
뒤를 좇아 비상한다
깃든 자리를 흩으리지 않은 채
둥지속에 꽃 한 송이씩 물고
하늘의 어딘가로 푸드득 날아간다
몇몇 꽃들은 이미
세상의 절벽 끝까지 기어 올라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고
몇몇 나무의 가지들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발 디딘 곳으로부터
나를 풀쩍 뛰어 날아 오르는 것들
나무에게 있어서 푸르렀던 것들
꽃에게 있어서
희거나 검거나 붉거나 노랗거나
숲에게 있어서
날개를 펼쳐 보이며 날아가는 것들
세상이라는 무대에
몸을 펼쳐 보이는 짓이다
말 없이 행하는 저 고요한 면벽의
저것들을 소리 없는 언어라고 하자
저것들을 살아있는 말이라고 하자
이제 봄이 될 때까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두텁게 얼어붙은 언어가, 말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고
그 위로 고대에 사라진 상형문자들이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니
12월의
저 몸으로 쓰여진 글을 해석하라
오랫만에 우리 복실이 운동겸 산책시키며... 아마도 그녀에게도 잊지못할 추억일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