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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Dec 20.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46

2024.12.20 강은교 <12월의 시>

‘미중부족 호사다마(美中不足 好事多魔 : 옥에도 티가 있고, 좋은 일에는 탈도 많다)'라는 여덟 글자를 봅니다. 순식간에 또 즐거움이 다하고 슬픈 일이 생기며, 사람은 물정에 따라 바뀌지 않는 법이다"라는 구절과 함께요. 어제 아침일찍 엄마와의 목욕동행후 잘 모셔다 드리고, '하루의 시작이 상쾌하다' 룰루랄라 하며 돌아오던 중, 제 차의 옆구리가 다 박살나는 사고가 있었지요. 차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정말이지 하늘이 노랗게, 제 머릿속 등불은 완전 정전. 송년을 앞두고 제법 조심조심 하는 일상인데요, 이런일도 있군요. 운전에 나름 담대하다고 느꼈는데, 막상 보험회사 부를 생각은 안하고, 남편과 아들에게 전화하는 비 전문성 행동을 했지만 마음에 두려움이 사라지는 든든한 언덕을 찾아서 잘 해결했습니다... 소위 액땜한번 잘했다로 생각전환하고 오늘을 시작합니다. 당분간 귀엽게 생긴 작은 ’모닝‘차와 동행하며 운전시 더 전방주시, 기다리고, 집중하는 자세를 가져야겠어요..      


2025가족달력이 나왔습니다. 코로나 시작되었을 때, 제 형제들에게 송년선물로 만들어준 가족 달력이 이제는 기다림의 선물로 되었나봐요. 이번에도 예쁜 추억의 사진들과 달마다 멋진 시를 넣어서 만들었지요. 큰 남동생은 예비사위도 넣어달라고 하길래, 저도 내년쯤 새 사람이 제 가족으로 등재되길 소망했지요.     


이제 12월의 카운트다운이 시작하나요. 저도 올 일년동안 재미나게 써온 아침편지글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 남겨두기 위해 원고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360여개의 아침편지글 중 100개만 뽑아내려니, 저의 소중한 사연이 참으로 많군요. 선택받지 못한 글들을 다시 저장소에 넣으면서 그 속에 써있는 시인들의 시에게도 미안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꺼내어 빛을 보여줄 때가 있을거야 하며 다독였지요.     


매일 정치와 경제 뉴스에 시각과 청각안테나가 작동하는 요즘. 혼란스러운 연말정국이지만, 작은 일부터 정리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이는 마치 고해성사처럼 매일 자신의 행위를 반성한다지만, 저는 이왕이면 좋았던 순간을 더 기억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슬프게, 우울케했던 만남이나 대화들을 일부러 꺼내지 않지요. 마음속 말을 다 꺼내어 놓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무엇보다 산다는 것은 다 스쳐지나가는 흔적없는 바람일뿐이니... 오늘부터 남은 열 날, 꼭꼭 씹어야 단맛나는 현미 잡곡밥처럼 건강하게 탄탄하게 일상을 꾸며보시게요. 강은교시인의 <12월의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2월의 시 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침이     


거기엔

아직 눈매 날카로운

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

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

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

바람의 형제들

떠날 때를 기다려

달빛 푸른 옷를 갈아 입으며

맨몸들 부딪고 있으리라     


그대의 두 손을 펴라

싸움은 끝났으니, 이제 그대의 핏발선 눈

어둠에 누워 보이지 않으니

흐르는 강물소리로

어둠의 노래로

그대의 귀를 적시라     


마지막 촛불을 켜듯

잔별 서넛 밝히며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그림자를 거두며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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