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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50

2024.12.24 이홍섭 <화이트 크리스마스>

by 박모니카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여느때 같으면 여기저기에서 캐롤송이 넘쳐 흐를텐데요. 시국이 비상상황이라 전 국민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요. 지난 주말 농민들로 구성된 전봉준투쟁단의 남태령고개 넘는 서울입성기는 역사책에서나 읽었던 구 한말 동학 농민들의 절규를 보고 듣는 듯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2030 여성들이 밝혀준 응원빛봉의 위력은 엄청났습니다. 우리 시대를 이끌어 갈 젊은 청년들은 진리의 등불을 들고 무소의 뿔처럼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전진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수업후 혼자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하다보니, 좀 쓸쓸했어요. 해마다 학원에 장식을 해주던 아들 딸도 없고, 눈송이로 쓸 하얀 솜 뭉치는 어디에 두었는지 보이지 않고, 하도 오래 쓴 나무장식이라서 솔방울이 좀 삭기도 하고요. 이 트리마저도 세월을 머금고 제 나이와 함께 가는구나 싶더군요. 그래도 어찌어찌 모양새는 갖추고 불을 켰답니다. 부족하더라도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겠지요.


고등학생들도 크리스마스 이브와 내일을 즐기고 싶다는 요청에, 일부 수업을 빼주고(사실, 주말 보충으로 이어지니 저만 힘들지만요^^) 저도 성탄제행사에 구경갈까 합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예보는 없지만,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제설기(製雪機) 한 대 정도는 장만하고 살터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선행하나라도 하면 저절로 흰 눈이 내릴 것이겠지요.


저도 어제 지인의 책주문에 드라이브 겸 배달을 가면서, 감기드신 그분께 레모나 하나 드려야지... 하며 준비했어요. 한 겨울에 제 맛인 난로장작불 타는 소리가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은행알을 후다닥 구워주셨답니다. 레모나의 몇배로 가치로운 선물이지요. 소소한 얘기 나누다가, 더 큰 선물인 포인세티아 꽃까지 듬뿍받아 왔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성탄일. 추운 겨울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이 시간에 설혹 마음이 가난한 이들일지라도 따뜻한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시간. 주위를 둘러보시게요. 평화와 행복을 느끼는 우리를 대신하여 누군가의 희생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심도 뜻깊은 성탄맞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홍섭시인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화이트 크리스마스 - 이홍섭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이

사철나무 가지를

뚝 뚝 부러뜨리고 있다


눈은 내리는데

눈은 쌓여만 가는데

지금 저 먼 데서

내가 아는 한 사람이 몹시 아프고


그 사람은 지금

내가 설원을 건너

푸른 심줄이 돋아나는 그의

이마를 짚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창 너머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그냥 바라만 보고 섰는 것이다


눈은 나리는데

눈은 쌓여만 가는데


어디선가 사철나무 가지는

뚝 뚝 부러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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