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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51

2024.12.25 박목월 <성탄절의 촛불>

by 박모니카

- 사람들은 유심히 보지 않지만 베들레헴의 낡은 여인숙은 모든 시대 모든 장소에 다 있다. 그 여인숙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그 여인숙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든 인간을, 그가 하느님을 향해 열려 있는지 아니면 닫혀 있는지에 따라, 사는 장소에 상관없이 두 가지 상징, '여인숙' 또는 '마구간'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느님이 세상 역사의 종말과 우리 삶의 마지막에, 이 세상에서 우리가 '여인숙'이었는지 '마구간'이었는지에 따라 우리를 심판하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때 하느님께 이런 말씀을 듣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그대는 내게 마구간이 되어주었다. 그대는 나를 받아주었다!" 이 말씀을 듣는 사람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의 마구간 문'을 하느님께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

루돌프슈테르텐브링크의 <베들레헴의낡은여인숙은내이름이될수있다>에 나온 말입니다.


교우님께서 보내주신 이글을 성탄일 아침에 읽어봅니다. ‘내 마음의 마구간 문’하나를 열어두는 일, 제가 새해 계획표에 넣지 못했던 일이 아닌가 하여 부끄럽기도 합니다. 해마다 12.25일, 성탄일을 그냥 만나는 행위로 스쳐지나가는 시간들이 창피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성가로서, 누군가는 봉헌으로서, 또 누군가는 두손 꼭 잡고 만인을 위한 기도로서 성탄을 기억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온 성자의 마음과 말씀을 본받아, 단 하나라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도 해봅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이 더욱더 새겨지는군요.

촛불 서울집회에 갔을 때 가장 인기 있었던 탄핵송이 ‘탄핵이 답이다’를 기초였던 ‘펠리스나비다 Feliz Navidad’ 였지요. Merry Christmas의 스페인어인줄 모두 아시죠~~ 성당에서는 각 나라말로 성탄축하인사를 하는데, 어제밤 저의 기도는 ‘제발 탄핵이 답이다’라는 노래가 흘러가더군요. 이 말도 안되는 시국을 만든이가 여전히 권좌에 있으면서 온 국민을 불안케 하는 성탄절. 해가 가는지 오는지 성찰한번 할 시간도 주지 않는, 무례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한 사람 때문에 우리들의 귀한 시간들이 낭비의 폭만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중심을 단단히 묶어두고 제 할 일을 꼭 해야되겠지요. 박목월시인의 <성탄절의 촛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성탄절의 촛불 – 박목월


촛불을 켠다.

눈을 실어나르는 구름

위에서는 별자리가

서서히 옮아가는

오늘 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이 내리는 지상에서는

구석마다 촛불이 켜진다.

믿음으로써만

화목할 수 있는 지상에서

오늘 밤 켜지는 촛불

어느 곳에서 켜든

모든 불빛은

그곳으로 향하는

오늘 밤

작은 베들레헴에서

지구 반바퀴의 이편 거리

한국에는 한국의

눈이 내리는 오늘 밤

촛불로 밝혀지는

환한 장지문

촛불을 켠다.

12.25 성탄1.jpg
12.25성탄2.jpg

https://youtu.be/bLgoeoUQyKI?si=3xJZ1K_vHf-dhmUE

펠리스나비다 - 이번 기회에 팝송하나 따라하며 암기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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