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6 안성란 <12월 이라는 종착역>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취미로 ‘우표수집’이 생각나네요. 저도 어느시간동안 몇장을 모아서 노트칸에 정렬하여 보관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누군가는 평생 수집한 서화, 조각, 도자기 등을 기증하여 죽은자의 이름을 다시 기억나게 하기도 합니다. 바로 삼성그룹 고 이건희씨가 소장하고 있었던 많은 예술작품들이 ‘세기의 기증’이라 불리우며 전국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군요. 전북도립미술관에서도 지난 11월부터 약 석달(2025.2.9.일까지)동안 ‘이건희 컬렉션’이란 제목으로 전시됩니다.
미술에 전문지식이 거의 제로이지만 화가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나혜석, 김기창, 이응노 등의 이름정도는 들어 알고 있지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실마다 특색있는 그림들을 보았는데요, 저는 전북작가(전북지역에서 주거했던 작가 포함)들을 설명할 때 더 재밌게 들었답니다. 김기창화백과 그의 부인 박래현화백의 그림 설명에서, 이 두분이 한국전쟁 당시 군산에서 3년간 피난생활을 했다고 하네요. 마치 군산 선창에서 봄 직한 건어물을 그린 그림을 보며 화가의 소소한 웃음도 떠올려보았답니다. 관람후기를 멋지게 설명할 재주가 부족하니, 직접가셔서 전시작품들을 보시고, 작품이외의 작가의 별외 스토리도 들어보심을 추천합니다.
새만금내지에 들어서면 완연히 숙성된 갈대밭을 볼수 있어요. 하늘에 나는 검정 새를 두고, 가마우지냐 흑두루미냐를 설전하며, 급기야, ‘내 눈은 이제 눈도 아니다. 이렇게 살다 죽어야지. 나이 먹는게 다 그런거지.’라는 말까지 나오니, 남편이 기가 막힌가 봅니다. ‘아니, 이여자는 도데체 가늠할 수가 없어. 어느 때는 논리적이었다가, 어느 때는 감정이 제멋대로 널뛰니...참아야지.’하는 폼새였답니다. 사실 저도 속으로 웃겼지만 안보이는 시력 때문에 가끔씩 얼토당토않게 화가 날 때, 남편이 만만하여 한바탕 쓸데없는 말투를 보이지요.^^
그래도 풍경 좋은 곳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보라고, 제가 찍어야 스토리가 나온다고 달래는 부드러운 말투에 사진 몇장 찍고 돌아왔지요. 또 갑자기 흥이 나서 성탄일엔 노래한곡, ‘펠리스나비다’를 부르면서 새해에는 다시 우쿨렐레 연주하며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지요. 하도 시간이 빨리가서, 너무 서운하고 야속해서 괜스레 심술도 나고 그래요. 이제 5일밖에 남지 않았네요. 아고야... 가지말라고 잡고싶다. 세월아 멈추어다오!! 안성란시인의 <12월이라는 종착역>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2월이라는 종착역 -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놓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쪽 두쪽 펼쳐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많은 시간을 잊고 살았지만
분명한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다
하나 둘 생각해 본다
버려야할 것들에 대하여
나는 12월을 보내면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