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1.14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추천하는 제일의 여행지는 ’남도 답사 일번지‘라고 하더군요. 어느새 그의 나이도 팔순, 답사기시리즈를 1994년에 첫 출간하여 30년이 넘는 세월속에 그의 책은 여행시 필수 답사기가 되었지요. 저도 모든 시리즈를 다 가지고 있진 않지만, 어느 곳을 가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입니다.
어제 아침 갑자기 지인의 장례식이 있어 남도가는 길, 해남으로 나섰습니다. 남도답사 일번지에 대한 그의 강연을 들었던 터라, 정말 여행가는 길이었다면, 그의 말대로 국토의 역사와 미학을 일상에 끌어안고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될수도 있었겠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가고 오는 길이라, 또 부득이 학원수업이라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마음만 무진장 바빴답니다.
그래도 남도의 진수, 강진에서 영암이란 이정표를 보면서 월출산도 스치고, 해남 대흥사, 백련사,땅끝, 고산 윤선도, 다산초당, 영랑생가, 무위사 등의 얘기를 나누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우연히 해남사람 황지우시인과 함께하는 문학이야기 라는 안내문구도 보았지요. 꼭 어디를 들러 사진을 찍어야만 여행하는 것은 아니니... 라는 자족을 하며 지나가는 마을을 인터넷검색을 통해 살짝 읽어보는 것 만으로도 여행같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남도는 겨울속에 살다가 찾아온 사람들만이 진정한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했습니다. 끝없이 너른 황토밭에서 여전히 배추를 걷어올리고, 명실상부 해남배추의 이름값을 떠올리게 하고, 봄을 알리는 바다 어디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이 운전석 정면으로 비춰지니, 분명 남쪽이로소이다, 아 포근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삼월의 봄이 오기전에 남도답사 일번지 책 한권 들고 여행하는 시간을 만들어볼까 하는 유혹이 일렁거렸답니다.
어느 계간지에 원고 하나를 보내야 하는데, 이 탄핵정국이 마무리되는 상황을 보고서 보내야지 하는 맘으로 한달을 기다려도 답답한 시간들만 지나갑니다. 가슴속을 확 하고 길 터줄 무언가가 나와야 ’봄을 기다리는 제 맘‘을 표현할 것 같은데, 탄핵결정까지는 너무 멀리 걸어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지배합니다. 오늘의 논어구절은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위령공편 23 –입니다. 황지우시인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사진제공, 네이버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