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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70

2025.1.13 김영춘 <다정한 것에 대하여>

by 박모니카

’까레아 우라! - 대한독립만세‘ 1909.10.26. 안중근의사는 외쳤습니다. 영화<내부자> 감독 우민호씨가 만든 <하얼빈>은 현빈이라는 대중적 배우를 앞세웠죠. 투쟁적이고 독립열혈군 안중근을 넘어서서 인도적이면서, 차디찬 고뇌를 통한 철저한 믿음을 가진 안중근으로 부각시켰습니다. 어느 동지가 말했던 ’고결한 인간 안중근‘을 마주한 관객들은 일반 독립과 전쟁역사영화에서 흔히 볼수 있는 스펙타클한 장면이 없어서 아쉬었다는 평이 많더군요.


지난 토요일 군산에서도 윤 미치광이 탄핵을 위한 촛불행동이 있었어요. 시낭송을 하는 지인이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를 낭송하셨는데 마치 조마리아 여사의 생전 모습처럼 외쳤지요. 어제 영화티켓 두장이 생겨서 그분께 함께 영화를 보자고 했어요. 아드님을 만날 수 있는 마리아 여사가 되어보시면 어떻겠냐고 말씀 드렸답니다.


역사적 실존 인물, 안중근 이란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미학적이고, 절제된 언어와 장면으로, 소리없는 가장 큰 외침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사의 한 부분처럼, 고결한 클래식 영화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음악, 영상에서 느껴지는 흑백의 조화,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일본놈을 죽이는 단도의 외침은 압권입니다.


길게 말씀 드리면 스포일러가 될 터이니, 이 난국에 꼭 보시면 좋을 영화라고 추천합니다. 단, 한가지 드릴 말씀은, 지금의 탄핵을 예견이나 한 듯, 응원봉세대를 포함하여 자유와 평화를 원하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대사가 많았습니다. 그 중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안중근의사의 목소리를 짧게 올립니다.

- 끝까지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수 없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을 모아야한다. 기어이 앞에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 미리 준비하고 뒷일을 준비하면 모든 일이 이룰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민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 -

오늘의 논어구절은 <근자열 원자래 近者悅 遠者來– 좋은 정치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주변 나라 사람들을 이민오고 싶게 만드는 일이다, 자로편16>입니다. 왠지 김영춘시인의 <다정한 것에 대하여>가 떠오르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다정한 것에 대하여 – 김영춘


산봉우리에

형제봉이니 자매봉이니 하는 이름을 붙여놓고

살던 사람들이 있다

행여 사이가 좋지 못할까봐

형제자매들까지 데려다 놓고는

오래 오래 그렇게 부르고 싶었을 것이다


전주의 동학혁명기념관 앞에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늙어가면서

전봉준 김개남 이런 사람들의 눈빛을 지켜보고 있는데

무너지는 몸을 겨우 이기는 그 곁으로

열대여섯 살쯤 됐을까

싱그러운 어린 은행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요즘 식으로 유전자를 따라가 봤더니

늙은 어머니가 틀림없다고 한다

아비도 없이 어찌 아이만 남았을까

우금치 전투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날

두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가

사람처럼 어미와 아비를 떠올리다가

형제봉이나 자매봉을 불러보던 시간들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가 않아서

몸이 슬슬 떨려오기도 했다


이 나라의 슬픔으로는

아비가 돌아오지 않는 동안에

어린 것이 어미 곁에 홀로 서 있는 정도는 되어야

인간사의 다정이 제대로 피어나는 것인가

꼭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인가

동학혁명기념관 앞에도 봄이 왔으므로

할아버지와 손자라면 더 어울릴 법한 두 은행나무가

어미와 자식으로

나란히 잎을 피운다

둘이서도 잘 피운다

다정하기가 그지없다


슬픔도 그 뒤를 따라가고 싶어서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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