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10 신동호 <봄날강변>
“부끄러운 모습이 가장 자랑스런 모습일 수 있다. 이것을 받아들여 쓰여진 글이 진정한 글로 완성된다.”라고 말하는 신동호시인의 말에 와 닿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연설비서관, 역대 어떤 비서관보다도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문체를 많이 담아낸 연설문을 쓴 사람으로 회자되는 것을 종종 들었는데요, 아마 시인이라서 그랬을까요. 작년에는 시집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한다>, 또 최근에는 <대통령의 독서>라는 책을 읽으며 부끄럼많은 작가(본인이 칭함)의 이야기를 듣지요.
글을 쓰는 작가치곤 말투와 표정에 부끄럼과 겁이많은 영락없는 순수한 소년같은 모습이 가득한 시인이더군요. 요즘 주일에 한번씩 그의 글 세상 이야기를 듣는 코너가 즐겁습니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들어냈을 때 진정한 자기만의 이력이 되고, 자기고백만큼 감동적인 글은 없다’라고 진실된 글의 자세를 말했습니다.
말과 글은 하나이어야 하나, 특히 글은 오래토록 지워지지 않고 남는 것이니 그 진실여부를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지요. 하긴 요즘에는 사사로운 통화마저도 자동저장되는 바람에, 불편할때도 많지만, 내란사태에 쏟아지는 녹음말덕분에 ‘빼박’증거물이 되기도 하네요. 그래도 왠지 글로 남겨진 증거에는 진실과 신뢰가 쌓입니다.
-지도자는 진지한 삶과 독서로 탄생합니다. 그의 말과 글에는 마치 수면 아래 빙산처럼 오랜시간 다져진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책이 그에게 존재의 외투가 됐을까요.-
<대통령의 독서>에 나오는 첫 내용이지만 모든 리더에게 요청되는 조언이기도 하네요.
책이 나에게 존재의 외투가 된다는 표현, 왠지 이 겨울의 마지막 신호들 속에 책을 읽으라는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더 부지런히, 글 한쪽이라도 매일 읽는 습관으로 아침을 깨워야겠어요. 논어구절은 공자의 제자 증자의 말 "吾日三省吾身, 忠, 信, 習 - 나는 매일 내 몸을 세 번 살핀다. 충(진심), 신(신뢰), 습(학습), 이 세가지로 나를 성찰한다. 학이편 –입니다. 신동호시인의 <봄날강변>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날강변 - 신동호
세월이 멈춰졌으면 하지 가끔은
멈춰진 세월 속에
풍경처럼 머물렀으면 하지 문득
세상이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을 때일거야
세상에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때일 거야 아마
예전에 미처 감지하지 못해서가 아니야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너무나 빠른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분명
마음은 발걸음보다 항상 뒤처져 걷지만
봄날 강변에 앉아보면 알게 되지
머얼리 기차가 지나갈 때
눈부신 햇살 아래,
오래 전 정지된 세월의 자신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순간
기차는 굴속으로 사라져버리고
강변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자신은 떠나지만
변하지 않는 풍경으로 남아 있을 게야
마음의 지조처럼
여전히 기다릴 게야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