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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99

2025.2.11 김종해 <보름달>

by 박모니카

햇빛살타고 내려오는 눈발이 나풀나풀, 변덕쟁이 겨울날 씨앗들이 내려앉으며 자신도 모를 심연의 깊은곳까지 가야 할길이 얼마나 멀까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 사람들의 비위도 맞추면서, 햇살 한줌에 흰눈 두줌, 또 야릇하고 가느다란 바람은 세줌... 하늘보며 자연을 느끼는 제맘에 기쁨을 주더군요. 하지만 한 일주일동안 열심히 겨울 스케치를 감상했더니, 저절로 봄 기운을 기다리게 되네요. ^^


새해가 되었다고 1월이 새달, 설날이 있다고 2월이 또 새달, 이제는 신학기가 있다고 3월도 새달이라고 잘난척 하겠지요. 제겐 매일이 새 날같으니 매 달역시 새달. 새벽부터 엄마와 심신수련차 움직이고요. 내일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중동 당산제에도 가보고, 지인들과의 대보름맞이 초대모임이 줄줄이 있군요.


군산 중동의 당산제는 서래포구마을앞에서 열리는데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제사로서 마을주민들의 안녕과 복을 축원하고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입니다. 군산문화원 주최로 한복입은 사람들이 제사를 주관하는 모습은 특이한 풍경입니다. 당산제의 모습은 제게는 매우 익숙한 풍습인데요, 아버지 생전 안강망어선을 운영하실 때, 정월이면 바닷가에 가서 용왕신을 부르며 제사를 지냈던 많은 어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풍습은 미신도 아니요, 오히려 어부가정의 삶에서 가장 축복받는 시간이었지요. 시간 나시면 오전 11시에 한번 가보셔도 좋겠습니다.


일년 12달 중 가장 축복을 내려주는 달의 빛이 내리는, 정월 대보름 전야를 즐겁게 보내시고요. 내치(內治)는 어지러워도 사람사는 이야기를 들을라치면 갖가지 음식나눔이 있어야 하는 법...호탕하게 저와 제 벗들을 한꺼번에 불러주신 지인께도 감사드립니다. 논어구절은 未能事人, 焉能事鬼 (미능사인 언능사귀) - 사람도 능히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능히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 선진장 –입니다. 김종해시인의 <보름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보름달 – 김종해


눈비에 젖는 일이 예사로운 날

하루의 악천후와

미끄러운 활주로를 거쳐

간, 신, 히

격납고에 기체를 집어넣고

감사 기도를 짧게 하고

오늘 일을 끝낸 다음

내 집으로 오르는

현관 계단에서 멈칫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이 있어


나는 하늘을 잠시 보았다

아, 하늘에는

어머니가 환하게 웃고 계신다

<세 작품 모두 부안의 지인께서 부안설경을 보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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