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h My Life

여든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2021.2.5

by 박모니카

벌써 내 나이가 여든이 되었네. 옛날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 세 살짜리가 무얼 알고 있을까마는 몸에 익혀진 습성이 그렇게 오래동안, 무섭토록 질기다는 것을 말했겠다 싶네. 이렇게 여든까지 살 줄 알았더라면, 좋은 습관을 익혀 놓을 걸 하는 후회도 되고 말야. 무심히 오늘은 책장을 보다가 나의 처녀작인 “어부마님 울엄마”를 꺼냈다네. 순간 갑자기 그때의 그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네.


내 인생에서 기억할만한 몇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는 부모의 덕으로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요, 둘째는 최고의 전환점, 결혼과 자식을 얻은 것이요, 셋째는 그대가 50대 중반이던 어느 날 글쓰는 이가 되고 싶어했던 때가 있었다는 거라네.


자식들이 대학생이 되고 생활에 안정이 찾아오니,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싶은 때가 있었는데 그때였지. 나이 50을 두고 인생의 단계를 ‘지천명’이라고 하는데 내가 어찌 하늘의 뜻을 알겠는가 싶으면서도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동안 잘 살아온건지, 부족한 것은 또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지. 그때 마침 지역에서 열린 글쓰기수업에 참여하게 된거야. 그곳에 내 삶의 또 다른 신세계 통로가 있었던 거지.


지금은 안 계시지만 친정엄마가 팔순을 앞두고 있었고, 엄마의 말씨들을 모아서 언젠가는 책 한 권이라도 만들어 놓고 싶었지. 글쓰기 초보 중 왕 초보인 내가 운 좋게도 글쓰기의 재미를 알게 되면서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엄마이야기 책을 출간했지.


바로 “어부마님 울엄마.”


엄마는 책을 받고 몇 번을 읽었을까 싶게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정말 보물처럼 간직하셨지. 그것을 보면서 나도 때때로, 내 딸이 내 팔순을 기억하며 책 한권 만들어 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고말야. 물론 내 딸은 그보다 더한 보물들은 많이도 가져다 주었어.


책 한권 출판에 내 맘대로 작가라는 명함을 가진 어리석음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어.

작가가 된다는 것에 양적인 시간과 질적인 지혜와 지식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몰랐지.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해서 한참을 헤매기도 했었던 것을 기억하지.


또 한해가 다가오니 나이가 말해주는 지혜와 지식은 늘어났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가늠할 수 없으니 마음이 조급해 지는거야. 그래서 어느 날부터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서 잡글을 쓰기 시작했어. 내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지고 있음을 불안해하면서도 글을 쓰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이 글이라도 남아 나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지. 그러다보니 또 한권 나오고 또 한권 나오고 그랬다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AI가 미래를 대신한다 하고, 또 세기의 전염병 중 하나였던 코로나가 발생해서 몇 년간 우리들을 감옥으로 넣기도 한 불안함이 늘 상존해 있었어. 그런데도 인간이 추구하는 고도의 문명수단인 ‘인문’이 우리들 곁에 있어서, 누구나 글을 읽고 쓰는 행위로 자신들을 치유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 흐름에 동참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글이라는 걸 쓰고 있는 내가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그때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20년이 넘는 이 시간을 어찌 보냈을까 상상도 되지 않는다네.


2021년 1월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102세를 맞이하면서 출간된 책 “백세를 살아보니~~”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말했지. 진정한 인생은 육십부터였다고. 좋은 글,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읽었었던 작가들의 책 중에 박완서 작가의 책도 많았는데 나이 40이 넘어서 등단을 했다고 해서 책을 읽을 때마다 큰 위로를 받았었지. 그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글을 써온 그대를 보면 ‘참 잘했다’라고 백번천번 칭찬을 해주고 싶네그려.


이제는 아이들도 중년이 되고, 또 다른 세대의 자손들과 살아가니 이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네. 게다가 45년을 함께 살아온 평생의 동반자가 옆에 있으니 천복을 받은거지.

다시 또 그대의 나이로 돌아간다 해도 아마 나는 같은 모습, 같은 맘으로 살아갈거야.

단지 욕심을 부린다면, 이 나이까지 살 것을 미리 알려주는 거울이라도 있기를. 그래야 더 많이 배려하고 나누는 지혜를 열어서 지천명의 진정한 뜻을 꼭 행동하기를 바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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