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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41

2025.3.25 김원현 <모서리의 일생, 돌탑>

by 박모니카

요일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3월 들어와 월요일저녁은 완전히 칠흙빛입니다. 요 며칠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피곤이 누적되어, 아주 조금 힘들었답니다. 어제도 가방 끈을 방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지요. ‘쳇바퀴 쳇바퀴 쳇바퀴...’ 매일 다람쥐처럼 같은 행동을 하는 제 모습에 순간 짜증이 훅 밀려왔거든요.


무겁고 길었던 월요일을 침대위에 던져버리면서 ‘내일은 다른 모습이길, 분명 그럴거야’ 라면서 잠들었네요. 꿈속에서도 헤매고 다니며, 윤씨 탄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삭발식 장면까지도 나오고요. 하여튼 내란사태로 전 국민의 몸과 맘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독이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발 어서 끝나기를... 가까운 지인이 20일이나 단식을 하고, 유투브 매불쇼의 진행자들이 삭발을 하는 모습. 이제는 결코 멀리있는 일도 아니요, 남의 문제라고 모른체 할 일도 아닌 상태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헌법 파괴자들이 천지인, 무법천지세상. 우리는 분명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어야 하는데, 법을 파괴하길 밥 먹듯 하는 자들이 물귀신처럼 되돌아와서 국민 위에 군림하고, 그것에 각양각색의 해석들이 난무하여, 우리의 정신을 다 갉아먹는 이 사태를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뉴스가 심장을 터지게 만들지 불안하기만 하고... 이러니, 평범하지만 중요한 일상이 자꾸 갈길을 잃고 맙니다.

오늘은 커피수업이라도 있으니, 다행인지. 커피향 깊이 마시면서 흐트려지는 정신을 한 조각이라도 잡아야겠습니다. 김원현시인의 <모서리의 일생, 돌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모서리의 일생, 돌탑 – 김원현


모서리 진 돌을 외로워도 슬퍼하지 않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는 모서리에 있어도 외로워하지 않지

외로워하면 할수록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하늘도 외로울 때는 더 높이 올라가 외로움을 달래지

모서리는 자신이 모서리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살지

탑이 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지

모서리는 모서리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한 줄 알기 때문이지

모서리는 모서리로 일생을 보내지

돌의 모서리가 탑을 높이는 줄도 모른 채

3.25책방꽃.jpg

이 꽃은 이름이 무엇인지...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꽃잎 하나가 눈길을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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