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갈비찜과 세배돈100달러
2021.2.12 설날아침풍경
엄마는 늘 명절 때마다 거의 한 달가량 음식준비를 하신다. 물론 음식 만드는 것이야 하루 이틀이면 될 것이지만, 엄마가 생각하는 조상님에 대한 예의는 남다르다. 말 그대로 정성을 모아서 음식을 준비하고, 그래야 후손인 우리들이 그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신다.
명절을 앞두고 연일 들려오는 말은 오로지 하나, 코로나로 5인 이상 집합금지!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라는 말에 걱정도 잠깐, 그래도 자식들에게 전하기라도 한다고 소위 ‘치부책(엄마의 메모장)’에 준비할 음식재료들을 써 놓았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할 때마다 새롭다고 하시면서.
“올해는 갈비탕 말고 갈비찜이나 한번 해 먹자. 홍어도 한 마리 사다가 회무침도 하고. 요즘은 병치도 생각나더라. 떡도 오랜만에 해야겄다.”
“엄마, 음식 너무 많이 하면 안돼요.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까 평소보다 삼분의 일 정도는 줄여서 하시게요.”
라고 말했었도 엄마의 준비재료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막내며느리와 둘이서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한다길래, 부침개라도 도울양으로 집에 갔다.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음식장만이 거의 끝나 있었다. 시댁에 갈 때 가져가라고 식혜를 담아주셨다. 한쪽에 브로콜리와 독특한 버섯류가 있어서 “이건 어디다 쓰실거예요? 음식이 너무 많아요.”라고 또 한번 잔소리를 했다. 다 쓸데가 있으니, 너는 밥이나 먹으라고 해서 갓 만든 고기다짐육 부침개와 식혜 한 사발을 뚝딱하고 나왔다.
시댁에서 시숙이 전화가 왔다. 타지에서 온 조카가 열이 있으니, 혹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니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다. 시댁방문은 저절로 금지되었다. 시댁에 가져갈 음식들만 남아서 냉장고 이곳 저곳에 보관하고 설날 아침을 맞았다.
남편과 함께 군산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선양동 해돋이 공원으로 갔다. 정말이지 이번 설날 전날은 사람들의 이동계수가 확실히 적었다. 도심의 차량도 막힘이 없었고, 할아버지 할머지 댁을 방문한다는 학생들의 수도 현저히 적었다. 장사를 하는 막내동생의 매출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고 했다.
친정에서도 5인 이상 모이지 말라는 말에 따라 남동생 셋과 엄마 막내며느리만이 모여서 차례상을 차렸다. 설날 아침은 각 집의 자손들까지 다 들어갈 수 없으니, 돌아가면서 엄마께 세배를 하자고 했었다. 우리 집 차례가 되어서 엄마를 방문했다. 사위가 둘인데, 첫째 사위인 나의 남편을 위해 만든 음식이라고, 보약처럼 먹으라고 큰 솥을 들고 오셨다.
“오마이갓!!! 엄마 이거 뭐예요? 갈비찜인데? 근데 이렇게 예쁘고 우아한 갈비찜은 처음이야.”
엄마 음식에 대한 나의 호들갑은 언제나 유별스럽다고 하지만, 엄마는 나의 호들갑을 엄청 좋아하신다. 갈색톤의 갈비에 능이버섯, 싸리버섯, 노루궁뎅이버섯 등의 버섯류와, 초록이 완연한 부로콜리, 주홍빛 당근, 노란빛 은행, 흰살 밤, 빨간 대추 등이 가득했다. 말 그대로 천연색의 조화를 듬뿍담은 갈비찜이었다. 남편도 감탄하며 한마디를 붙였다.
“어머니는 정말 요리를 그릴줄 아는 분입니다. 같은 요리라도 어떻게 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 까를 알고 계신다니까요. 그림을 생각하면서 음식을 하시니 대단하십니다. ”
맞다. 엄마의 요리는 화가보다 더 잘 그리는 그림같은 요리이다. 그 맛도 가히 일품이다.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이 멋진 요리를 같이 먹어야 하는데 돌아가면서 먹는다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명색이 내가 큰 딸이라고 가장 먼저 대접을 받았다.
식사를 하고 난 뒤 엄마에게 세배도 드리고 조카들의 세배돈도 챙겨두었다. 잠시 뒤 엄마가 꼭 줄 것이 있다고 하셨다. 미국달러 100달러 지폐를 들고 나오셨다. 이게 왠일인가??
“내가 미국에 있는 네 이모에게 고춧가루나 한국 음식을 보낼 때마다 네 이모가 용돈하라고 100달러짜리 지폐를 보냈었다. 이것을 모아서 긴급할 때도 쓰곤 했는데, 오늘은 특별히 너희 형제들에게 세배돈으로 주마. 내가 아프면 너희들이 병원 데려가고, 옷이 필요하다고 하면 옷도 사주고 먹을 것도 대주는데 이까짓 거 갖고 있으면 뭐하냐. 큰 나라 돈이니 큰 복이 올거다, 하나씩 받아라. "
엄마는 미국을 큰나라 라고 하신다. 100달러 지폐를 받은 우리 형제들은 이구동성으로 환호를 외쳤다.
”엄마 진짜 복이 오겄어요. 엄마 덕분에 새해 정초부터 덩더쿵 덩더쿵 좋네...“
어부마님 울엄마의 통 큰 세배돈에 ‘5인 가족의 집합금지’명령이 무색해진 설날 아침의 즐거운 소동이었다.
엄마가 싸주시는 음식들을 들고 막내동생의 가게에 모여서 엄마의 통 큰 세배돈에 대해 설왕설래했다. 엄마가 부적처럼 가지고 있으라 했으니, 당분간 쓰면 안된다는 사람, 현물시세 좋을 때 바꿔 쓰겠다는 사람, 각각 생각의 용도가 달랐다. 남편은 100달러 지폐를 꺼내더니, 막내동생의 처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번 설에도 엄마 도와서 고생 많이 했다고 치하했다. 나도 옆에서 ”역시 멋쟁이 남편“이라고 치켜세웠다.
통 큰 할머니의 세배돈에 자손들도 신이나서 각자 세배돈 세기에 바쁘고, 우리 형제들은 맘 속으로 담 달 엄마의 용돈을 상향시켜야겠다고 생각하기에 바빴다.
올해도 엄마 덕분에 맛난 음식, 맛난 추억을 층층히 굳건히 쌓은 설날 명절을 보냈다.
사랑하는 엄마! 오래오래 사시면서 엄마 손길 가득 담은 음식 먹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