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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49

2025.4.2 엄원태 <4월>

by 박모니카

카운트다운 ’수 목 금‘ 오전 11시!! 세상에서 가장 큰 자석이 우리들을 끌어당길 것입니다.

어떤이는 법정안으로, 어떤이는 TV 브라운관 속으로, 어떤이는 라디오 스피커 옆으로, 또 어떤 이는 두 손을 모아 쿵쿵거리며 떨리는 심장 소리곁으로 끌려 들어갈 것입니다. 사월의 첫날 들려온 만우절 거짓말 같은 ’윤씨 탄핵건 결정의 날‘ 알람을 듣는 것 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은 깃털이 겨드랑이에서 삐져나오는 것 같았어요, 핑계김에 지인들과 점심도 맛나게 먹었답니다. 이제 더욱더 두 손 꽉 잡고, 두 눈 크게 뜨고, 온 몸의 기를 다 모아서 ’파면‘이라는 두 글자를 목매어 기다려봅시다.


진짜 봄날을 맞이하려면 저도 역시 즐거운 일을 마련해야겠죠. 봄날의 산책에서 올해 첫 번째로 모시는 ’작가와의 만남‘에 김사인 시인을 모십니다. 다음주 목요일이지만 일주일 사이 종종 홍보하려하구요. 제목 역시 윤씨 탄핵될 것을 기원하면서 김시인께서 엮은 책 <슬픔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라는 제목을 모방해서, ’슬픔없는 나라에서 시인과 노닐다‘라고 정했습니다. 거짓되고 부도덕한 인간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살면 너무 슬프잖아요. 하루를 살아도 맑은 사람들과 만나서 맑은 노래 부르고 맑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지요. 시인과 노니는 시간은 2025.4.10.(목) 오후4시, 말랭이마을 센터에서 하오니, 분명 그때에는 슬픔없는 나라가 될터이니, 많이 놀러와 주세요.


어제 아침에도 벗들과 월명산 둘레 걸으며 1만보 이상을 찍었습니다. 혼자 걸어도 좋고 함께 걸으면 더 좋은 사월. 비록 슬픈 날이 더 많은 사월일지라도 분명 우리는 진보와 희망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겨울뿌리 내려도 봄꽃을 피우는 계절마술이 춤추듯이 그 어떤 슬픔도 기쁨으로 바꿀 줄 아는 지혜와 지략을 우리는 가졌습니다. 산책길 가득 메운 봄까치꽃 무더기들, 분명 전 날 볼 수 없었던 제비꽃들이 우리에게 그런 능력을 주니까요, 아마 오늘 제가 걸어갈 길에 또 다른 꽃들이 제 얼굴을 보이느라 분주할 것 이기에, 저는 오늘도 그들의 부지런함을 배워보려 합니다. 작년에 만났던 엄원태시인의 <4월>이라는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4월 - 엄원태


밭모퉁이 빈터에 달포 전부터 베로니카 은하가 떴다.

봄까치꽃이라고도 한다. 베로니카 은하에서

연보랏빛 통신이 방금 도착했다. 워낙 미약하여서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인근 광대나물 은하까지는

기껏 몇 십 미터이지만, 꽃들에겐 우주만큼이나

아득한 거리일 터.

산자락 외진 무덤은 잔등에 쏟아부어놓은 듯

토종 민들레를 뒤집어썼다. 노란 산개성단들은

산길 옆 양지꽃 은하수에도 가득하다. 무덤가 잔디밭엔

제비꽃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떴다. 좀생이별이라고도

한다.

오늘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희고 둥근 꽃송이들이

가장자리를 환하게 밝히며, 게자리 프레세페 성단처럼

떴다. 이 외진 곳은 복사꽃이나 배꽃처럼 전폭적인

초거대 별무리들로 부터 수만 광년 쯤 떨어져 있어,

꿀벌 전령들도 어쩌다 힘겹게 들르는 곳이다

어느 봄날엔가, 당신이 까닭 없이 서러워서 홀로

들길 걸어 집으로 돌아가던 때, 저 외진 지상의

별무리들에 그렁그렁 눈물어린 눈길을 주었던가.

그래선지 오늘 내가 거기서 왠지 서러운 빛깔의

메시지를 전해 받는다. 슬픔도 저리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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