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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57

2025.4.10 김사인 <공부>

by 박모니카

매일 시 필사를 함께 하는 지인께서 삼일 연속 보이지 않으셨지요. 저도 바쁜 주간이고 그분도 바빠서 못 올리시나보다.. 당연히 쓰고 계시겠지 라고 생각만 했어요. 그분의 어머님께서 소천하셨다는 기별을 늦게 받았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생각난 위로,,, 김사인 시인의 시 <공부>였습니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언제든지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인간의 의지는 실상 더 큰 두려움의 표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 걸음 물러나 자신 이외에 가장 큰 슬픔 중 하나는 부모와 자식인데요. 부모는 하늘에 모시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제 나이쯤 된 이들이 부모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예측가능합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아무리 고령인 부모라도 자식은 늘 어린애이니, 그 슬픔은 토하고 토해도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고 글공부 하는 사람이라 시 <공부>를 추천했지요.

오늘은 2025 봄날의 산책 작가와의 만남 1편 ’김사인 함께 읽기‘의 주인공 ’김사인 시인‘을 모십니다. 이 책을 엮어주신 이종민 교수님도 함께 오시지요. 며칠 전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52인의 문학인들이 김사인 시인 이라는 한 사람의 시를 다양한 버전으로 이야기 해준 매우 특이한 책입니다. 시인의 시를 통해, 유명한 문학인 52명을 한꺼번에 만나보는 경험은 예사롭지 않아요. 시인께서는 이 책을 보시고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도 무척 궁금하군요.^^ 당신과 인연을 맺은 필자들의 사담과 함께 시인의 시를 바라보는 그들의 평은 흥미로와요.

제게 중요한 것은, 군산의 사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시공간 속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나서 지적으로 회포를 푸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점이지요. 평일 오후 시간이라 오고 싶어도 여의치 못해서 미안하다고, 시인의 싸인이라도 꼭 받아달라는 지인들의 부탁만으로도 고마울 뿐입니다.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 중, 군산에 계시면 한 걸음에 오셔서 즐거운 시간 만들어가세요. 행사 후 소소하지만 맛난 먹걸이(파전, 막걸이, 고기누름, 김치 등..) 준비했으니, 함께 보양하시고요. 우리가 다 잘 먹고 잘 살아보자고 시도 읽고 시인도 만나는 거예요.^^ 오늘은 김사인 시인의 <공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공부 –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끓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책방 뒤 산책길에 만개한 벚꽃 위세.. 붉은 동백은 흰 눈에 파 묻힌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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