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11 김사인 <오누이>
잰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더니, 어제 제가 걸은 걸음이 음으로 양으로 그 정도는 된 듯이,,, 늘어져 있는 긴장의 폭을 주섬주섬 걷어올리며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처음 행사도 아니건만, 항상 긴장되고 이런저런 걱정들 속에 제 나름 큰 일 하나 잘 치뤘지요. 무엇보다 저를 찾아주신 분들께, 소소하지만 젓가락 장단까지 곁들일 수 있게 해드려서 참으로 기쁜 마음입니다. 게다가 집에 오자마자 안개낀 꿈나라에서 긴 잠까지 자고요^^
김사인 시인께서 오신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요, <김사인 함께 읽기>에서 나온 문학인들이 52명 이길래, 제 나름 쬐끔 더 보태어 55개의 의자를 준비했는데(센터공간 상 그 이상은 너무 비좁기도 하고요)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전주, 익산은 물론이고 서울에서 온 후배(심부름 도맡아 해주고), 시낭송회원님들, 시필사회원님들, 저의 아침편지를 받고 찾아 오신분들... 역시 시인의 명성을 다시한번 느꼈답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시인. 속으로 생각했지요. 어떻게 살면 저 연세에 저런 미소를 가질 수 있을까... 이런 표현은 정말 어린 아이한테나 어울리는 말이지만 “정말 티없이 맑고 맑은분”이셨답니다. 언뜻보면 유약하게 보이는 첫인상이지만 그분의 말씀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어디서 저런 강단과 위트있는 말씀이 나올까. 아! 강의는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말랭이마을 어머님들에게, 또 참석한 문우들에게 딱 맞는 시 짓기법을 사례를 통해 들려주셨구요. 참석자들이 아하!, 호홀! 그렇제!를 연발하며 모두 블랙홀 강의에 빠졌답니다.
김사인 시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이종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시낭송과 꽃다발 주신 한국시낭송 군산예술원 회원 모두께 감사드립니다.
군산의 문인협회와 노래해주신 조시민님, 전주에서 오신 시 사랑꾼들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말랭이마을 어머님과 저의 친정엄마, 영상담당샘, 봄날책방매니저님도 감사드립니다.
그 외, 행사에 참석해준 모든 분, 오시진 못했지만 책도 사주신 봄날편지 애독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인사드려요~~ 올해 첫 테이프 잘 끊었으니, 이 만큼 좋은 만남 또 갖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 오로지 ’노력과 정성‘...
김사인시인의 시 <오누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누이 – 김사인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은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에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 매달린다
빈 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짝 당겨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 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 오래비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 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 하는 얼굴로 오래비 올려다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하, 그 모양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멀쩡하던 눈에
그것들 보니
눈물 핑 돈다
사진,지인제공. 은파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