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6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피천득 시인은 오월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죠.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해마다 오월 어느 날, 아침편지 올렸던 문장이지만, 쓸 때마다 새로운 느낌, 새로운 맛이 납니다. 오늘따라 이른 새벽에 눈이 떠져, 어제 지인이 준 머위잎을 장아찌로 담가놓았죠. 음식보관에서 가장 맛깔스럽게 오래 먹을 수 있는 형태가 장아찌여서요. 머위나물 꽁지를 따면서 시인의 오월 문장이 생각나서 인사말로 놓습니다.
연휴가 길다 해도 끝이 있는 법, 오늘은 군산도, 다른 관광지도 썰물 빠진 듯 한산해지겠군요. 비가 오는 어제도 말랭이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 중, 얼마 전까지 연인이었다가 신혼부부가 되었다는 손님과 만나서 또 한 수다 떨었지요. 책방의 특징을 얘기하면서 시집 한 권 추천해 달라하길래요.
필사시집을 추천하면서 하루 한 시를 읽는 것이 얾라나 좋은지, 더 좋은 것은 필사하며 읽는 것이라며, 추후 만날 2세에게 엄청난 선물이 될 것이라는 묘한 협박과 함께 시집 한 권 전했습니다. 그중에서 암기하고 있던 공자님 말씀 두 가지를 섞어서 그럴싸하게 아는 체 했어요.
‘시삼백 일언이폐지 왈 사무사’와 ‘삼인행 필유아사’... 두 문장을 같이 말하니, 어렵다고 해서,
“그럼 줄여줄 테니, 이 문장만 기억해 보세요. 시삼백이면 필유아사라”
시 삼백편이나 만나야 좋은 스승을 만난다면 아예 시도조차 안 할지 몰라도, 최소 이 정도는 읽어봐야 좋은 스승 만날것 같다고 말했더니, 제 말에 동의의 웃음을 띄며 시집을 들고 갔지요. 다른건 몰라도 봄날의 산책 책방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거예요.
하나를 배우면 둘로 응용하여 써먹는 저의 특기를 보여준 후, 지금부터는 이 문장으로 유인해야겠다 싶어 졌답니다. 그런데 몇몇 지인들에게 이 문장을 보여주어도 아무도 물어보는 사람이 없네요. 왜 그렇게 썼는지를요~~~ 수다 떨고 싶은 제 마음을 모르나 봐요^^
오늘은 특별한 책방 하나를 찾아 여행을 갑니다. 다녀와서 그곳의 매력을 기행문으로 말씀드릴게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것처럼, 혹시나 소문만큼 멋진 곳은 아닐지도 몰라서요. 어제 부처님 오신 날, 은적사 하얀 모란꽃을 보니 역시 아름다운 오월이구나 싶었어요. 마지막 연휴, 날도 좋다 하니, 꼭 산책하시며 맑은 공기 흠뻑 마셔보시길 ~~~ 김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뼏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는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군산 소룡동에 위치한 은적사의 풍경입니다.
머위나물장아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