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3

2025.5.11 이광웅 <목숨을 걸고>

by 박모니카

우연은 결코 그냥 오는 것이 아닌 듯, 어제 신석정 문학관에서 만난 그림 한 점에서 군산 오송회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신석정 시인의 초상화를 그려준 화가는 그 사건 희생자의 아내로서 그 분 역시도 참으로 힘든 삶을 사시다가 돌아가셨다고합니다. 저는 또 한 사람, 사건의 희생자인 이광웅시인과 그의 시 <목숨을 걸고>도 생각났습니다.


시에 온택트 근대시인세상 수업과 시 필사를 통해 시의 참 맛을 알아가는 후배를 보면서 무엇이든 ‘목숨을 걸고’ 라는 말이 어울린다 하는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말 나온 김에, 후배가 쓴 글 한쪽 들려드릴까요. 어제의 과제에서 후배는 신석정 시인의 <나무 등걸에 앉아서>를 차용한 그녀의 시 <바닷가에서>를 제출했는데요... 제가 누군가의 시를 평할 자격은 없지만, 후배가 그녀만의 시 쓰기를 향해 가는 여정의 문이 활짝 열렸구나 라는 느낌이 강렬했지요. 줌수업의 장을 만들어준 제가 대견해 질 정도입니다.^^


아득한

바다여


길을 잃고 펼쳐진 나의 언어같이

광막한 바다여


멈추지 않는 눈물에 녹고 있는 그대를 위해

나는 연필을 꼭 쥐고 앉았습니다


젖은 그대 오두막에

별빛을 모으고

달빛으로 밝혀서

까막눈도 그대를 금세 알아보고

그대 곁에 환한 갈매기로 날아오도록


하지만

출렁

출렁

출렁대는 거친 파도는 이것들을 집어 삼키고

종이 위에 단 한 줄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하략)


말씀 드린대로 어제는 문우들과 신석정문학관과 매창공원 등을 탐방했는데요... 무엇보다 함께 간 사람들이 공통의 주제어로 몇 시간이고 대화를 즐기며 맛나게 먹은 추어탕보다 더 맛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동행인 중, 시낭송 전문가님도 계셔서, 이제부터 라도 낭송의 단계를 함께 병행하면 좋다는 확신을 얻기도 했네요. 어제 만난 시 중, 가장 짧은 시, 매창의 <이화우 흩날릴 제>를 서로 암송해보면서 귀가했답니다.


또 바쁘게, 움직인 곳은 가족모임이었는데요,,, 요즘 세상 누가 환갑을 치르냐 하시겠지만, 몇 년 전 시댁의 장자께서 최소, 환갑을 맞는 사람은 무조건 ‘함께 밥 먹기’를 규칙으로 하자고 제시... 이번에는 제 남편과 시동생(같은 나이)이 해당자여서 잔치에 초대받아 갔지요. 100세 운운하지만, 생각해보면 60살을 무탈하게 살아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네요. 아이들이 준비한 문구 ‘우리가 갑이다. 환갑!’이란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구요. 음식점 사장인 시동생이 걸판지게 준비, 30여명 가족만남, 오랜만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1살이 시작되는군요. 특히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음식장인으로서 성공한 시동생에게 무한한 축하를 마음을 전했습니다. ^^ 한 두 번 올렸던 시 이지만 다시 한번,, 이광웅 시인의 <목숨을 걸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목숨을 걸고 - 이광웅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시낭송가, 채영숙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완전 깜놀~~ 영광스런 선배님^^
이순화 문우께서는 어찌 이 시를 암송했을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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