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7

2025.5.15 은영숙 <비 내리는 오월의 추억>

by 박모니카

고도의 문화적 소비행위 중 하나, ‘책방에 직접 찾아오는 일’... 그럼 어떤 책방에 가고 싶을까. 눈 품 발품 다 팔아가며 갔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오는 그런 공간을 생각하는 것은 책방지기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일 거예요. 자연이 책방을 안아주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지만, 설사 도심 속 빌딩 속에 있는 책방 일지라도, 주인장의 책 사랑을 온전히 담아내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고 싶습니다. 어젠 우연히 충남 보령 ‘미옥서원‘을 발견,,, 조만간 소풍 가고 싶은 곳이 되었네요.

요즘 저도 전국의 여러 책방을 영상과 사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칸짜리 말랭이책방에도 어떤 변화를 줘 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학원에 가기도 싫을 때가 부지기 수. 얼마 전 엄마는 제 아이들에게 말씀하시데요. ’네 엄마 나이면, 돈에 매어 사는 것이 아니라, 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나인데... 어서어서 크거라.‘ 엄마는 제가 안쓰러워 보이셨나 봅니다. 걱정 마시라고 말씀드리면서도, 제 마음 한편에는 ’ 나도 그러고 싶다 ‘가 메아리쳤지요. 언제일지 몰라도 100퍼센트 책방지기로 환골탈태?? 하겠지요. ^^


마음이 허전할 때, 책 보는 일 말고, 또 하나 멋진 일은, 혼자 걷기가 자리 잡고 있네요. 어제는 한승원작가(한강 작가 아버지)의 장흥정착 이야기영상을 듣다 보니, 한 시간이 뚝딱 지났더군요. 다음 주에 한 작가님이 계시는 곳에 갈 예정이라서, 그분의 인생과 책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지요. 무엇보다, 작가가 풀과 꽃, 나비와 새, 구름과 비, 달과 해처럼, 온전히 자연의 일부, 있어도 혹은 없어져도 표가 나지 않을, 그런데 어느새 우뚝 서서 이정표가 되어있는 존재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부러울 뿐입니다.


야경에 취해있는 은파의 잔 물결을 보면서 내가 이곳의 주인이라면, 밤에도 반딧불 밝히며 누구라도 찾아들 수 있는 작은 책방들이 한두 개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네요. 군산시 문화 부분 공모할 때마다 아이디어를 제출했었는데, 이런 부분에는 관심이 없나 봅니다. 요즘 도로 곳곳 하수관관리(아마도 장마철 대비하는지)하는데, 그 돈의 00분의 1 정도만 써도 근사한 책방하나 생길 텐데요~~~ 공무원님들이 이 편지 읽어보시면 고민 좀 해보세요.^^


감자밭에는 하늘이 제 맘을 알고 알아서 목을 축축이 젖셔 주었을 테니, 제 시간도 아껴주었군요. 저축된 시간 속에서 혹시라도 제 인생에 있을지도 모르는 숨겨둔 꿈으로 촉촉이 놀아볼까 합니다. 은영숙시인의 <비 내리는 오월의 추억>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비 내리는 오월의 추억 – 은영숙


어지러워라

자유로워라

신기가 넘쳐 눈과 귀가 시끄러운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까치발로 뛰어다니는 딱따구리 아기 새들

까르르 뒤로 넘어지는 여린 버드나무 잎새들

얕은 바람결에도 어지러운 듯

어깨로 목덜미로 쓰러지는 산딸나무 꽃잎들

수다스러워라

짖굿어라

한데 어울려 사는 법을

막 터득한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물기 떨어지는 햇살의 발장단에 맞춰

막 씻은 하얀 발뒤꿈치로 자박자박 내려가는 냇물

산사람들이 알아챌까봐

시침떼고 도닛처럼 꽈리를 튼 도롱뇽 알더미들

도롱뇽 알더미를 덮어주려 합세하여 누운

하얀 아카시 찔레 조팝과 이팝꽃 무더기들

홀로 무너져 내리는 무덤들조차

오랑캐꽃과 아기똥풀 꽃더미에 쌓여

푸르게 제 그림자 키워가는 오월의 숲


몽롱하여라

여울져라

구름밭을 뒹굴다

둥근 얼굴이 되는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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