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57

2025.6.14 문정희 <초여름 숲처럼>

by 박모니카

와... 아직도 비가 오네요. 옆집 밭에 받아놓은 물통 2개를 다 쓰면서까지 제 밭작물들이 주렁주렁 달리기를 소원했는데,,, 어제 새벽 친정엄마와의 데이트에도 호박, 오이, 고추까지 따 드리며 ’ 비 좀 와라‘라고 기도했더니 진짜로 점심 무렵부터 내리는 비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요. 행복도 나눠서 오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어제는 정말 좋은 만남만 계속되었답니다. 그런데 밤 새 내리는 여름 장맛비 같은 장대비를 보면서 이 신 새벽엔 제 텃밭이 홍수로가 되었을까 걱정이 앞서는군요... 세상사 참 변수 투성이입니다.^^


작년에도 보리수 열매로 청을 담아 놓았는데, 올해도 지인께서 보리수 열매를 가득 주셨어요. 비 맞는 보리수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는 재미도 좋았는데, 지인의 정원에서 자란 보리수 열매는 어찌나 크고 달콤한지요. 며칠 전부터 열매를 직접 따고 싶은 욕심에 지인의 수고로움도 살짝 제켜두고 왕창 받아왔습니다. 저는 또 다른 지인들과 나눠 먹으려고 물줄기에 동동 떠 올라오는 열매와 노니는 손가락엔 어릴 적 그리움으로 붉게 물들었답니다. 비 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모습 생각나’라는 이문세의 노랫가락을 절로 흥얼거리며 시인과 보리수 열매를 따던 정자의 농익은 품 역시 오랫동안 추억할 거예요. 전재복 시인님 고맙습니다.^^


잠시후면 온택트 2회 수업이 시작됩니다. 지난주부터 윤동주시인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명색이 강사라고 하는 제가 오히려 말을 가장 적게 합니다. 각 회원들께서 윤동주시인의 시를 연구하고 발표합니다. 저는 그 어떤 평론가들의 말보다 믿음이 가고,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합니다. 특히 회원들이 준비하는 모방 시는 번뜩이는 초보 시인들의 재주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고요. 혹시나 싱싱한 제자들을 만나고 싶은 시인이나 문인들이 계신다면, 제가 저희 팀을 열정을 통째로 넘겨드리겠습니다. 더 잘 지도해 주십사 하고요.~~


초여름의 색깔은 장맛비 이전에 그냥 ‘여름비‘로 시작합니다. 세상의 땅에서 올라오는 지극히 여리고 착한 몸짓들에게 한 여름 뙤약볕을 이겨 낼 양수를 선물해 주지요. 물론 어제오늘 내리는 이 비도 땅속 식물들이 다 알아서 양분하여 저장해 둘 것이기에,,, 제 텃밭의 아이들도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이기에 이제는 걱정보다는 믿음의 마음만 먼저 보내두었습니다. 취우부종일(驟雨不終日)-소나기는 온종일 내리지 않는다-이라 말씀하신 성인의 책 한 권 들고 시원한 주말산책 코스로 어디가 좋을까 찾고 계신다면, 가까운 서천군 국립 생태원을 추천합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문정희 시인의 <초여름 숲처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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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두꺼비를 만난 날... 행운!! 신기하게 나무등줄기 색 따라가며, 제 색깔을 감추며 여름비를 즐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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