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15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아무리 유명한 시인의 시라 해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지요. 그런데 시의 제목은 몰라도 ’ 윤동주 시인‘이라는 이름을 모를 사람이 있을까요. 어제 줌으로 근대시인들의 작품을 읽어보고 토론하는 ’ 온택트 수업‘에서 한 문우님이 선택하여 발표한 윤동주시인의 시, <사랑스런 추억>은 신선한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1942년 5월, 일본 릿쿄대학재학 시절에 썼다고 해요. 제가 발제한 <쉽게 씌여진 시>는 같은 해 6월 창작인데요.
그 유명한 <서시 1941.11월>를 포함한 그의 대표 시에서 느껴지는 수동적이면서 관조하는 듯한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또 고난 속에서도 선을 믿고 기다리는 인간 내면의 순수와 윤리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라는 평도 읽었습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기다림'이라는 행위가 단지 소극적인 인내가 아니라, 선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능동적인 행위임을 암시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요.
’ 온택트로 만나는 근대시인의 세상’은 아침편지로 보내는 시 알림 장치보다, 좀 더 정밀하고, 참여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제 마음을 전하는 올해 기획물인데요. 이 시간을 통해 저보다 더 열정적으로 시인들의 시 세계를 공부하고 토론하고, 창작까지도 서슴치 않는 문우들 덕분에 저도 역시 큰 배움의 그늘 아래 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어제도 윤동주 시인의 대표 시 <서시 > <별 헤는 밤> <참회록>, <새로운 길>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을 포함하여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많은 시들을 읽는 시간이었습니다. 문우들마다 시를 관찰하고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서, 저는 그냥 스쳐 간 시인데도, 다른 분의 시 해석으로 들어보면 정말 귀한 시를 만나곤 합니다. 그래서 공부도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해야 진미(眞味)를 구별할 줄 알게 되나 봅니다. 제게 새롭게 다가온 시 <사랑스런 추억>은 제목처럼 참 사랑스러운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