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19 한용운 <꽃이 먼저 알아>
요 며칠 연속해서 누군가의 애경사를 겹쳐왔는데요, 그 속에 축하할 일은 한건이고, 나머지는 모두 슬픈 소식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보이지 않게 마음 따라 몸도 축 처지고 이내 장마소식에, 캐지 못한 감자걱정까지,,, 일부러 맑은 생각을 가져보려 해도 생각처럼 맑아지지도 않는군요. 그런 판에 어젠 어느 시인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이 떠서, 아직까지 이게 사실인지 확인이 안 되어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수도 없고. 만약 사실이라면 열흘 전까지 주고받았던 문자가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머리만 무거워집니다.
아침에 친정어머니를 발인하는 지인에게는 이렇게 말했어요. ‘오늘 하루 큰 소리로 우시고, 내일부터는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시라. 나 참 착한 딸이었다라고 토닥여주어야, 하늘나라 가시는 엄마가 웃으면서 가실 거다’라고요. 고인을 기억하는 가장 좋은 모습은 산 자의 평화와 미소라 생각하기에, 고인과의 좋았던 추억을 더 많이 꺼내어 보시라고 했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따로 있지 아니한 것이니, 그 모든 것이 모아진 마음상자 안을 들여다보면 감정의 원 뿌리는 하나이고, 결국 기쁨이 슬픔을 감싸 안아야 살아가는 데 또 다른 힘이 나온다고도 전했습니다.
요즘은 애경사에 ‘톡안내장’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가 되어서, 기존의 많은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할 일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말 또는 글을 직접 전하려 몸이 움직여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모두 다 찾지 못하는 일이 많지만, 마음으로는 늘 죄스럽게 생각하면서 애경사에 관련된 분들에게 예를 표하고 있지요.
오늘 오후부터는 장맛비가 대대적으로 공격해 온다고 하네요. 2년 전에도 장마투구를 쓴 병사들에게 결국 대패하여, 제 감자알들이 숨도 쉬지 못한 기억이 있는데요. 그렇다고 늦게 심은 감자를 일찍 캘 수는 없는 바, 하늘의 기운이 어떻게 뻗어나갈지, 좀 더 기다려보려 합니다. 분명 좋은 결실을 주실 것을 믿으면서요.^^ 한용운 시인의 <꽃이 먼저 알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이 먼저 알아 – 한용운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의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라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팡이는 푸르고 푸른 풀빛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다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보고서
행여 근심을 잊을까 하고 앉아 보았습니다
꽃송이에는 아침이슬이 아직 마르지 아니한가 하였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꽃이 먼저 알았습니다.
첫 복숭아 따준 시동생의 손길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