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65

2025.6.22 신지혜 <장마와 어머니>

by 박모니카

장맛비의 첫 선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렸지요. 군산은 넘치지 않게 내렸지만 타 지역에서는 동풍과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에 비 피해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소식이 들려오네요. 새 대통령이 제 친구도 아닌데, 왠지 오래 알아온 어릴 적 친구가 나랏일 잘해야 되는데...라는 를 염려가 앞서는 이 맘은 무슨 맘인지.^^ 국민 모두에게 ’ 당신이 주인‘임을 세뇌시켜 준 후유증이랄까?? 싶네요.~~~

제가 아끼는 물건 1호는 5년째 사용하는 노트북. 제2호는 4년째 사용한 건조기랍니다. 둘의 공통점은 오마이 뉴스에 기고글을 써서 모아진 원고료로 제게 준 선물이었죠. 신묘하게도 저한테 ’ 돈’은 다른 형태로 돌고 돌았지, 막상 저만을 위한 순환기로서는 제 역할을 못해서, 원고료에 이름을 붙여 두었었죠. 하여튼 1년에 하나의 물건을 사기까지 소소한 재미를 붙여가며 샀었답니다. 이렇게 몇 년을 두고, 사용되는 이 물건들이 몇 배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으니, 최고의 선택이었다 생각합니다.


장마철이면 가장 먼저 건조기의 기능에 감사하는 맘이 생기지요. 그전에는 탈수를 시켜서 일일이 손으로 개서 다림질 하듯 펼쳐서 방안에 보일라를 켜고 빨래를 말렸는데,,, 그때의 개운치 못한 쿰쿰한 냄새 때문에 또 다른 탈취제도 사용하면서 옷을 입었었죠. 건조기를 산 후 첫 빨래를 건조해 나온 수건들의 뽀송거렸던 그 촉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결혼 후 20년 만에 세탁기와 냉장고를 바꿀 때에도 몇 번을 생각하고 생각했던지... 요즘 제 노트북과 건조기가 약간의 삐걱임이 자꾸 감지되어 더 조심스럽게 다루는 중이랍니다. 어제도 노트북에 내장된 수많은 파일들을 청소하고 USB에 나누어 분산 정리하고 나니, 조금 더 부드럽게 작동되는군요. 무엇이든 한번 손에 익힌 그들의 무늬를 떼어내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과 복잡함이 요구되는 일이죠. 나이 들어 갈수록 가장 쉽게, 가장 단순하게, 가장 무미(無味)하게 살아야 하거늘... 더 좋다는 기계와 또 친해질 시간도 많지 않건만!!

그래도 오늘 아침도 변함없이 제 몸을 내어주는 노트북 덕분에 편지를 씁니다. 지난번 한승원 작가님 거처에 갔을 때, 유리관 속에 놓여있던 각종 타자기들이 생각나네요. 저도 이 노트북만큼은 아름다운 저의 유물로 남겨질 때까지, 잘 관리하고 아껴서 사용해야겠습니다. ^^ 오늘은 신지혜 시인의 <장마와 어머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장마와 어머니 - 신지혜


여러 갈래의 몸으로 서 있다 어머니 잿빛 치마폭 같은 바람 속, 줄무늬 눈물 서 있다 때로 어머니 구멍 난 가슴 열쇠처럼 햇살 꽂힐 때까지, 어머니 주룩주룩 무너진다 세상을 덮는 비애의 조각조각 꿰매진 일명 퀼트, 바느질 가게에도 빗줄기 여윈 다리를 꺾어 문턱을 넘는다 어둠이 딱딱하여 부술 수 없는 밤에는 어머니, 낡은 상처를 꺼내 안감과 속감 여며 두텁게 누비며 탈주의 길을 만든다 길 안과 밖, 무겁고 은밀한 기억까지

저 아득한 하늘 어떻게 다 가둘 수 있을까 이불 위로 삐뚤삐뚤 절망의 실이 풀린다 세상 골목 누비며 잡상인으로 머리칼 다 빠지도록, 생목숨 둥글려 만든 똬리 위에 얹히는 무거운 하늘, 어머니 허리춤에 매달린 전대 속에서 붉은 강이 풀리고 저녁 어스름 허기처럼 솥뚜껑을 열어 재끼는 한여름, 생의 장작불이 생각의 조각조각을 태워버리면 빗속을 뛰어가는 종소리처럼 흩어지는 물방울의 시간


어머니 각진 시간들 모아 모서리 가지런히 늘어놓는다 싯푸른 강 하나 바늘귀를 통과한다 어머니 발자국 하나씩 지워가는 물줄기, 낡은 지붕 처마 끝에 매달려 환히 빛나는 수천의 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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